한국의 현대시 감상

66. 사 슴

높은바위 2005. 7. 7. 13:15
 

66. 사       슴

                   노 천 명(1912-1957)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곤

  어찌 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1938. ꡔ산호림ꡕ

 

* 사슴을 통해 孤高함으로 말미암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고귀한 꿈을 외로이 지키는 삶을 그린 작품이다.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어떤 먼 이상의 세계를 그리워하면서 自己愛(나르시즘)에 잠긴 시인의 삶을 사슴에 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