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사 슴
노 천 명(1912-1957)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곤
어찌 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1938. ꡔ산호림ꡕ
* 사슴을 통해 孤高함으로 말미암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고귀한 꿈을 외로이 지키는 삶을 그린 작품이다.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어떤 먼 이상의 세계를 그리워하면서 自己愛(나르시즘)에 잠긴 시인의 삶을 사슴에 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