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論 介
변 영 로
거룩한 분노는
종고보다도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1922년. 신생활
* 이 시의 주제는 ‘우국충절’이다. 진부한 주제이지만 색상의 대조, 민족주의적인 열정, 도도하면서도 유유한 목소리, 그 외에 영탄, 반복, 비교, 대조 등의 표현 기법을 적절히 구사하여 정서적인 통일감을 자아내어 예술성을 갖춘 작품이다. 일제하의 ‘忠’을 노래한 것은 저항 의식의 발로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