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한니발의 초상화

높은바위 2025. 2. 13. 07:03

 
 
한니발 바르카(𐤇𐤍𐤁𐤏𐤋𐤟𐤁𐤓𐤒, Hannibal Barca, 기원전 247년 ~ 기원전 183년 또는 기원전 181년, 향년 64세-66세)는 고대 카르타고 공화국의 총사령관으로, 세계사에서 카르타고를 대표하는 위인, 명장이자 조국 카르타고를 꺾은 강대국 로마를 소수의 병력만으로 연파해 거의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로마 최대의 숙적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다.

오죽했으면 로마인들이 우는 아이를 나무랄 때 하는 말이 "한니발이 문 앞에 와 있다(Hannibal ad portas)"였다.

 

로마의 사료에도 한니발의 인격에 대한 평가는 상충되는 내용이 많다.

대체로 로마의 역사가들은 한니발이 무자비하고 잔혹했다고 기록했다.

한니발의 실제 인성과 별개로 로마인들은 그렇게 느꼈을 수밖에 없긴 하다.

 

마키아벨리 로마사 논고 중에는 부하들을 배려한 행적에 관한 기록도 많지만, 

"하루는 한니발이 야영지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병사들은 누구 한 명 예외 없이 한니발이 깨지 않도록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조용히 하며 그곳을 지나갔다."

 

한니발은 여성 관계도 깔끔했다.

흔히 다른 정복자들이 여성 편력을 발휘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니발은 여성에 관심이 그다지 없었거나, 절제력이 높았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한니발은 제2차 포에니 전쟁 당시 무리한 행군이 원인으로 오른쪽 눈을 눈병으로 실명하게 된다.

애꾸눈이 된 것이다.

 

그의 어록 중에, 눈에 관한 말들이 있다.

"눈물 흘릴 눈이 하나뿐이라는 것이 원망스럽구나."

"나는 감은 눈으로 작전을 생각하고, 뜬 눈으로 적을 바라보겠다."

 

어느 날 그는 화가를 불러서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라고 했다.

화가는 심려를 기울여 초상화를 그렸다.

그러나 한니발은 자신을 한 눈 없는 병신으로 그려 놓았다며

그를 죽여버렸다.

 

그리고 다른 화가를 불러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라고 했다.

며칠 전의 죽은 화가 얘기를 들은 이 화가는, 아주 온전한 두 눈을 가진 한니발을 그렸다.

그러나 한니발은 내가 눈이 하나인데, 어찌 두 눈을 그렸느냐며 그도 죽여버렸다.

 

그리고는 또 다른 화가를 불렀다.

앞의 사실들을 안 화가는 이 생각 저 생각 걱정을 하다가, 한니발의 온전한 눈이 보이는 한쪽의 옆모습을 그렸다.

만족한 한니발은 이 화가에게 큰 상을 내렸다.

 

지나치게 솔직한 것과 직설적인 것이 화근이 되어 죽었고, 그렇다고 거짓과 아부성의 표현으로도 죽임을 당했고, 진실은 왜곡되었을지 몰라도 상처를 주지 않은 처세를 잘한 화가는 상을 받았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 보았느냐가 중요한 결정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