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ㅎ

하늘(2)

높은바위 2024. 8. 6. 05:54

 

지평선 위 까마득하게 높고 먼 궁륭형의 시계(視界). 고대의 사상으로 만물의 주재자. 종교적으로는 절대자, 조물주 및 그러한 절대세계나 이상세계를 상징함. 때로는 아버지나 남편을 뜻하거나 자유나 양심을 표상하기도 한다.

 

하늘로 하늘로

가는 마음

 

맑은 바람

타고 가면

 

흰 구름

눈물 씻는다 (김광섭, '獄窓옥창에 기대여', "마음", p. 88)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가를 (김수영, '푸른 하늘을', "현대문학", 1961년 1월호)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내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중략)...

아침 저녁

네 마음 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없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전집")

 

우리들은 하늘을 봤다

1960년 4월

역사를 짓눌던, 검은 구름짱을 찢고

영원의 얼굴을 보았다 (신동엽, '금강·서시', "한국현대신작전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歸天귀천', "한국명시", p.1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