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영국

테니슨

높은바위 2015. 3. 21. 11:26

 

 

 

 

 

     울려라, 힘찬 종이여

            ― <인 메모리엄(In Memoriam)>에서

 

울려라 힘찬 종이여, 거친 창공에

날아가는 구름에, 싸늘한 빛에.

오늘 밤으로 이 해는 지나가 버린다.

울려라 힘찬 종이여, 이 해를 가게 하여라.

 

낡은 것 울려 보내고, 새로운 것 울려 맞이하라.

울려라 기쁜 종소리여, 흰눈 저 너머.

해는 이제 저무노니, 이 해를 울려 보내라.

거짓을 울려 보내고, 진실을 울려 맞으라.

 

울려 보내라, 이 세상에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그 사람을 생각하여 가슴에 번지는 이 슬픔을.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반목을 울려 보내고

만민의 구제를 울려 맞아라.

 

울려 보내라, 이윽고 사라질 주장을

당파의 나쁜 습성인 그 다툼을

울려 맞아라, 보다 드높은 삶의 방법을

보다 아름다운 예절, 보다 깨끗한 도덕을 지켜라.

 

울려 보내라. 이 세상의 결핍과 고뇌와 죄악을

그리고 싸늘한 불신의 마음을.

울려라 울려 퍼져라, 내 애도의 노래를.

울려 맞아라, 보다 오묘한 노래를.

 

울려 보내라, 좋은 가문과 지나친 신념을.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의 중상과 모략을.

울려 맞아라, 진실과 정의의 사랑을.

울려 맞아라, 한없이 선한 사랑을.

 

울려 보내라, 세상에 있는 고질병 전부를.

울려 보내라, 마음에 꽉 찬 황금의 욕망을.

울려 보내라, 지나간 수천 차례의 전쟁을.

울려 맞아라, 영원한 평화를.

 

울려 맞이하라, 용기와 자유의 사람

보다 관대한 마음과 보다 자비 넘치는 손을.

이 나라의 어두움을 보내라.

울려라, 오시는 그리스도를 맞이하기 위해.

 

 

 

* 비가 <인 메모리엄(In Memoriam)>은 1850년에 발표된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 : 1809년 8월 6일 ~ 1892년 10월 6일)의 시집이다.

테니슨은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시절에 친구 아더 헬렘과 사귀게 되었다.

그는 수재로서 테니슨의 누이동생 에밀리아와 약혼했으나 1833년에 급사하였다.

그 죽음은 테니슨에게 있어서 크나큰 충격이어서, 그는 인생무상을 느껴 자살까지 생각했었다.

궁핍속에서 10년 동안 그는 괴로움에 빠져 있었으나 이윽고 시작도 궤도에 오르게 되었고, 한때 심했던 정신적 불안도 안정을 찾아서, 친구 헬렘의 죽음을 애도하여 <인 메모리엄>을 노래하게 되었다.

이 작품이 나오던 해에, 테니슨은 워즈워드의 뒤를 이어 계관 시인이 되었고, 1884년에 빅토리아여왕은 그에게 칭호 Lord(남작)를 내렸다.

이 작품은 영문학사상 유명한 elegy(비가)로서, 밀턴의 Lycidas, 셸리의 Adonais, 그레이의 Elegy와 더불어 4대 비가로 일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