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이하(李賀)

높은바위 2015. 7. 30. 08:29

 

                미인소두가(美人梳頭歌)  아름다운 여인이 머리를 빗으며

 

西施曉夢綃帳寒(서시효몽초장한)                서시(西施)가1) 새벽꿈을 꾸는 비단 장막은 차갑고,

香鬟墮髻半沉檀(향환타계반침단)                향기로운 머리가 늘어 떨어져 반이나 단향에 잠긴다.

轆轤咿啞轉鳴玉(록로이아전명옥)                삐걱거리는 우물가 도르레 소리가 옥 소리로 변하여,

驚起芙蓉睡新足(경기부용수신족)                놀라 깨어나는 부용꽃 같은 여인, 잠은 실컷 잤다.

 

雙鸞開鏡秋水光(쌍란개경추수광)                쌍란 장식의 경대를 여니 가을 물빛 빛나고,

解鬟臨鏡立象床(해환림경립상상)                머리를 풀어헤치고 거울을 보려 상아 침상에 서니,

一編香絲雲撒地(일편향사운살지)                한 타래 향기로운 실 같은 머리, 땅에 구름처럼 끌린다.

玉釵落處無聲膩(옥채락처무성니)                옥비녀 떨어진 곳에 소리 없이 기름기 번지르르.

 

纖手卻盤老鴉色(섬수각반로아색)                섬섬옥수로 다시 틀어 올리는 부드러운 까마귀 머리빛깔,

翠滑寶釵簪不得(취활보채잠불득)                비녀를 꽂으려 해도 검은 머리 매끄러워 꽂지 못하네.

春風爛熳惱嬌慵(춘풍란만뇌교용)                봄바람이 하늘하늘 불어 나른한 몸을 괴롭히니,

十八鬟多無氣力(십팔환다무기력)                열여덟 머리숱 까만 낭자 기운 없구나.

 

妝成䰂鬌欹不斜(장성채추의불사)                화장을 끝내니 무거워 머리마저 기울어지고,

雲裾數步踏雁沙(운거수보답안사)                구름같이 끌리는 치맛자락이 모래벌 기러기 걸음으로 걷는구나.

背人不語向何處(배인불어향하처)                사람들에게 등을 보이며 말없이 어디로 가는걸까?

下階自折櫻桃花(하계자절앵도화)                섬돌을 내려와 홀로 앵두꽃을 꺾어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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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시(西施) :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미녀. 미녀의 대명사로 쓰임.

 

 

 

* 이하(李賀 : 791-817)는 중국 당나라의 시인이다.

자(字)는 장길(長吉)이다.

허난성 복창(福昌) 사람이며, 당나라 왕실 자손이라고 한다.

 

한유(韓愈)에게 재주를 인정받은 관계로 인해 한유의 문제(門弟)로 취급당하고 있으나, 중당(中唐)에 있으면서 만당적(晩唐的) 시풍의 선구를 이룬 천재적 시인이다.

 

그는 27세의 나이로 요절한 시인이다.

이렇게 짧은 동안에 불꽃처럼 모든 것을 연소시키고 간 시인은, 중국 시사에서도 극히 드문 예다.

색채감이 풍부한 예리한 감각적 시를 지었고, 또한 염세주의(厭世主義)적인 차가운 눈으로 즐겨 유귀(幽鬼)를 다루기 때문에 ‘귀재(鬼才)’로 불렸다.

귀재란 우리말에서 쓰는 것과는 달리, 초인적인 유귀의 재주라는 뜻이다.

유령이나 요괴 같은 초자연의 사물에 의하여 귀기 서린 신비한 분위기를 빚어내는 이상감각자(異常感覺者)를 가리키는 것으로, 중국에서는 이하(李賀)에게만 씌어지는 특수한 단어이다.

 

서양의 학자는 이하(李賀)의 시를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에 대비하기도 한다.

중국문학은 원래 몽환적인 이미지의 창조를 장기로 삼고 있지 아니하며, 시는 대부분 일상생활의 경험에서 촉발된 경험을 테마로 하는 것인데, 이하(李賀)는 이 점 특이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하(李賀)는 또한 아름답고 이상한 문자로 염정적(豔情的)이고 향락적인 시도 많이 썼다.

당시(唐詩)가 이백 ․ 두보에서 최고 수준을 이룩하자, 후세의 시인들은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몸부림을 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러한 이하(李賀)의 시의 생성은 그러한 노력의 하나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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