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유종원(柳宗元)

높은바위 2015. 7. 29. 08:35

 

                   강설(江雪)  강에 내리는 눈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모든 산에는1) 새들 날지 않고,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길에는2) 사람 발자취 없는데,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도롱이와 삿갓에3) 조각배 타고,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발 속, 찬 강물에서4) 홀로 낚싯대 드리운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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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산(千山) : 수많은 산.

 

2) 만경(萬徑) : 모든 길. 徑은 ‘지름길’임.

 

3) 사립(蓑笠) : 도롱이와 삿갓. 옛날의 우비(雨備)임.

 

4) 한강(寒江) : 찬 강물.

 

 

 

* 유종원(柳宗元 : 773-819)은 중국 당나라의 문장가·시인이다.

장안(長安)에서 태어났으며 자는 자후(子厚)이다.

가까이로는 당(唐) 고종(高宗) 때의 재상인 유석(柳奭)의 후손이며, 멀리는 서초(西楚) 황제 의제(義帝)의 후예이다.

진사 시험을 거쳐 33세에 상서예부원외랑이 되었다.

그 해 정월 덕종이 죽자 순종이 즉위하고, 유우석 등과 함께 왕숙문, 왕비 등의 정치개혁운동에 가담했다.

그 운동은 환관이나 그들을 이용하는 귀족의 세력을 누르고 쇄신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정치개혁운동은 성공하지 못했고, 8월에 순종 재위에 수반되어 개혁파는 모두 물러나고, 유종원은 영주사마(永州司馬)로 좌천되었다.

이후 다시는 중앙에 돌아오지 못하고, 43세 때에는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옮겨져 47세로 그 곳에서 죽었다.

 

그는 정치가로서 시인으로서 이름이 높았다.

한유와 더불어 고문의 대가로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이다.

 

유종원은 봉건사회 구조를 의문시한 합리주의자였다.

그의 <봉건론(封建論)>이라는 제목의 글은 유명하다.

그는 합리주의 정신을 알기 쉽게 제시하고자, 우화 성격을 띠는 기법을 사용한 산문을 즐겨 썼다.

그의 글은 한유의 글에서 보는듯한 원리론 에서부터 서술을 진행하는 이론상 장점은 없으나, 세상이나 사람의 바람직한 자세를 주제로 한 비판정신을 늘 내포한다.

지방 관리로 좌천된 이후, 산수를 제재로 한 시를 지어 자신을 위로했다.

시인으로서는 왕유, 맹호연, 위응물과 함께 왕·맹·위·유라고 칭해졌다.

유종원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산수시를 잘 지어 도연명(陶淵明)에 비견되며, 왕유(王維)·맹호연(孟浩然)과 함께 당시(唐詩)의 자연파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 <강설(江雪)>은 유종원의 대표적인 산수시로 <당시선(唐詩選)>에 실려 있다.

눈 내리는 강 위에 배를 띄워 낚시를 드리운 어옹의 모습을 노래해,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 역시 정신적 좌절과 울분을 인내하면서 대자연 속에 시 정신을 개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이 시에 묘사된 정경은 중국 남송의 화가 마원(馬遠)의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를 비롯해 화제(畵題)로 자주 사용되었다.

 

눈발이 날리고 추우니 산새도 날지 않고 길에는 오가는 사람도 없다.

이렇게 궂은 날에 도롱이를 두르고 삿갓을 쓴 늙은이가 작은 배를 타고 혼자서 춥고 눈 내리는 강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양화 그림 한 폭을 보는 느낌이다.

말하자면 ‘시중유화(詩中有畫, 시 속에 그림이 있음)’의 소품(小品) 명작(名作)이다.

 

시의 형식은 오언절구(五言絶句)로 분류되는 정형시로, 기승전결의 전4구로 이루어졌다.

제1, 2구는 대구(對句)를 이루었는데, 千 자나 萬 자는 글자를 맞추기 위해 썼다고 하리라.

제1,2,4구의 마지막 글자 '絶(절)·滅(멸)·雪(설)'이 압운을 나타내는 운자(韻字)이다.

입성 ‘설(屑)’ 측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平平仄平仄, 仄仄平平仄, 平平平仄平, 仄仄平平仄’으로 이사부동은 첫 구에서 어긋났고, 반법이나 점법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고시이기 때문에 무시된 것이다.

                                                                                   (한시작가작품사전, 국학자료원 참조)

그 겨울 , 바람이 분다 ost - 눈꽃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