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북유럽

노르웨이:외베르랑

높은바위 2015. 9. 28. 08:48

 

 

      그리니에게 보내는 편지

 

내 생명의 기쁨, 내 그리움의 여인

너를 만나지 못해 쓸쓸하구나!

여기서는 해 지는 것이 무척 더디어

좀처럼 해서 날이 가지 않는다.

 

나는 조용히 몇 번이고 생각해 본다.

너는 내 무릎에 안겨 잠잤다.

내 어깨에는 네 머리가 기대졌다.

그때 나는 마음으로 고요히 노래하며 밤을 지샜다!

 

나는 너와 같은 꿈을 꾸었고, 매일 함께 식사했다.

지금에는 둘이 같은 괴로움을 맛보고 있다!

예전에는—가을이 오면—

이런 덧없는 위로가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즈음에는 운이 좋은 때에는

안마당에서 서로의 모습을 흘낏 볼 수 있었다.

우리들이—봄이 오면—하고 생각했었다!

지금에는 만날 수 있는 것은 오직 매일 밤뿐

꿈이 놓아 주는 다리를 통해서뿐이다!

 

이 슬픔의 집에서는

별다른 사건은 많지 않다.

이쪽에서 무엇을 알릴 수가 있으랴?

우리는 모래 위에 있고, 그것은 재로 돌아간다.

 

오직 봄을 향해, 평화를 향해, 더욱이 전진하는

꿈이 있을 뿐이요, 그리움이 있을 뿐.

방을 꾸미리라. 집을 지으리라.

어느 날엔가는 형무소에서 나갈 수 있으리라!

 

바다 기슭, 물결 철썩이는 샛강 근처

언덕 위에 양지 바른 집이

인동덩굴에 반쯤 묻혀 있다.

너도 보이느냐?

 

꽃 핀 단풍의 초록빛 나무 그늘에 안마당이 있다.

그러나 방은 빛나듯 환하고 넓으며

선생의 책상이 놓여 있다!

보트는 자가용 자리에 매어져 있다!

자, 만족스러운가!

 

나라가 해방되고

피투성이 되었던 사람들이

쇠사슬을 풀고 일어서게 되는

그 날을 생각하면 즐겁구나!

 

그때 나는 해안과 산줄기를 멀리 바라보면서

빛나는 농장과 산길을 가리키며 말하련다.

보아라, 이것이 네 토지다!

모두 다 네 것이다!

 

 

 

* 아르눌프 외베르랑(Arnulf Øverland : 1889-1968)은 노르웨이의 시인으로서 20세기 노르웨이 문학의 대표적 존재이다.

노르웨이 크리스티안산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초기의 시는 인생에 대한 회의와 고독을 비통하게 노래하였다.

 

프레데리크왕립대학교에서 문헌학을 공부하였으며, 1911년 첫 시집 <쓸쓸한 잔치(Den ensomme fest)>를 발표하여 좋은 평을 얻었다.

1930년대에는 파시즘과 나치즘의 위험성을 알리는 시들을 발표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독일이 노르웨이를 침입하자 저항의 시를 발표하였다.

 

그는 입센 등 북구의 작가와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았다.

사회에 대해서는 항상 날카로운 비판으로써 노래했고, 평화를 사랑한 휴머니스트였다.

제 2차 대전 중 나치스 독일의 침략에 즈음하여 애국적인 저항시를 비합법적으로 유포하여 저항 운동을 지원하였다.

 

1940년 비밀리에 유포한 시 때문에 체포되어 1945년 5월까지 4년 동안 독일의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으면서도 국민을 격려하는 시를 썼다.

그가 나치스에게 체포되어 수용소 안에서 쓴 시는 <우리는 모든 것을 살아 나아간다(1945)>에 수록되어 있다.

이 때문에 전쟁 후에는 노르웨이 민족시인 헨리크 베르겔란의 옛 집을 정부로부터 선사받았고, 노르웨이문학에서 국민시인 대열에 올랐다.

 

초기에는 쇼펜하우어와 니체, 하이네 등의 영향으로 우수에 찬 작품을 발표하였지만, 제1차 세계대전 뒤에는 점차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으며 사회주의로 기울어갔다.

평생 자신의 시를 사회적인 무기로 만들어 나가며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시를 썼다.

 

이 시 역시 수용소 안에서 쓴 작품이다.

원래 제목은 <메라 가에서 그리니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메라가는 수용소가 있는 거리 이름이고, 그리니는 사랑하는 아내의 이름이다.

이 시에서 느낄 수 있듯이 외베르랑은 건전한 사랑의 시를 많이 남겼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너희, 깨어 있으라!>가 있다.

                                                                                                            (두산백과 참조)

Brian Hyland - Sealed With A K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