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무리 나름대로 수행을 한다고 해도 '옳다 그르다'하는 분별심은 어쩌지 못하는 것 같다.
건너라는 신호등이 켜져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자동차가 멈추지를 않고 바로 코앞을 휙 지나가면, 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벌컥 일어나는 법이다.
그때 옆에서 길을 건너던 한 아이가 말했다.
"아저씨 미워요! 다음부턴 꼭 신호등 지키세요!"
화를 내지 않는 아이는 같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예쁘게 말할 수 있다.
신호를 어기고 지나간 사람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급한 사정이 있는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섣부르게 내 식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괜히 화를 일으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의 어리석은 마음을 흔히 어둠에 비유한다.
어둠 속에서는 무엇 한 가지 제대로 보이는 것이 없는 법이다.
애벌레의 눈에는 세상이 온통 장애고 문제지만, 깨어난 나비의 눈에는 온통 아름다운 구경거리인 법, 지혜의 눈을 길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