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늑대
나는 암늑대 같아,
평원에 시달려
무리와 결별하고
산으로 도피한다.
내게는 아들이 있다, 혼외 사랑의 결실.
나는 다른 이들처럼 살 수 없었다. 목에 멍에를 짊어진
황소의 운명, 그러나 나는 자유인, 고개를 쳐든다!
쟁기를 끌며 나는 무성한 잡초를 뽑아낸다.
나를 가리키며 얼마나 비웃는지 보라
내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지 "울타리
넘는 늑대를 보고 새끼 양이 내는 울음소리.
늑대가 광야에서 왔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무리 속에 길든 순한 어린양!
늑대를 무서워하지 말렴,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믿지도 말아라, 그 날카로운 이빨을.
늑대도 배웠으니, 숲 속에서 맹수들의 사냥법을.
늑대는 너의 목동을 뺏어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 두려워 말아.
누군가 해준 얘기를 너희들이 믿는다는 걸 알아.
하지만 사실이 아니란다. 늑대는
훔칠 줄도 모르고, 그 이빨은 사냥의 무기란다.
늑대는 울타리를 넘는다. 양 떼가
얼마나 겁에 질리는지 보고 싶어서,
그리고 어떻게 웃음으로 공포를 숨기는지
어떤 몸짓으로 기묘한 고통을 떨쳐버리는지 보고 싶어서.
양들아, 가서 늑대에 용감히 맞서보렴
그리고 새끼 양을 구해내. 하지만 떼 지어 가지 말아
목동을 앞세우지도 말려무나.
너희끼리 가거라! 용기를 가지고 맞서보렴!
어린양들아, 너희 이빨을 보여주렴. 앙증맞기도 하구나!
가엾게도 보호자 없이는 아무 데도 갈 수가 없겠어.
첩첩산중을 지나다 호랑이가 덮치면
너흰 무방비로 싸움판에서 죽음을 맞을 테니.
나는 암늑대 같아. 나는 홀로 길을 나서고
무리를 경멸하지. 나는 스스로 내 양식을 구하고
어디에 있든, 자기 할 일을 아는 손과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 있어.
삶도, 그 운명적인 분노도 난 두렵지 않아.
언제나 날카로운 칼을 품고 다니니까.
아들이 먼저, 내가 다음 그리고 다음은... 어찌 되든 상관없이!
운명은 나를 언제든 싸움터로 불러낼 거야.
때로는 사랑이 싹트는 환상도 있지만
그것이 꽃피기 전에 지워버릴 줄도 알아.
나는 암늑대 같아.
평원에 시달려
무리와 결별하고
산으로 도피한다.
* * * * * * * * * * * * * *
* 알폰시나 스토르니(Alfonsina Storni, 1892년 5월 29일 ~ 1938년 10월 25일)는 아르헨티나의 여류시인.
1892년 스위스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궁핍한 환경으로 학업을 중단했지만 가사 일을 하면서도 책을 놓지 않으며 시를 썼다.
이후 교사 자격증을 받아 교단에 서고 시인으로 데뷔한 그녀는 기혼자와 사랑에 빠져 미혼모의 처지에 놓이고 만다.
그리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상경한 스무 살의 엄마는 홀로 아이를 키우며 치열한 작가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1916년 첫 시집 『장미 넝쿨의 고뇌』를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여러 문학지에 시를 쓰면서 이름을 알리던 그녀는 강고하고 위선적인 가부장제를 비판하고 여성참정권을 요구하면서 페미니즘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오랫동안 신경쇠약과 암에 시달리다가 대서양의 휴양도시 마르 델 플라타에서 바다에 몸을 던졌다.
20세기 초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세 명의 여류시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일곱 개의 샘이 있는 세계』와 『가면과 클로버』 등 일곱 권의 시집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