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싯귀[名詩句]와 명구(名句) 모음집/너-그것

아침부터 오늘은

높은바위 2015. 11. 12. 08:58

 

 

 

 

아침부터 오늘은

무엇을 소재로 삼을까 고심 끝에

결국 사랑을 데려왔건만

흙내음 찾아 나선 낙엽처럼

풍기는 바람숲 헤매다

딱히 너랑 나랑 사이는 이런 거라는

구절 하나 얻지 못하고 한나절이다.

보고 싶다는 어머님 전화에 울먹이고

불편한 오빠에게 안부전화 하고

조카의 안부전화 받고

다시 소재 찾아 나서다

아직도 마음문 나서지 못한 사랑 또 만나

‘내겐 너밖에 없다’는

나직한 고백에 출렁 내려앉는 가슴

그 사랑 눌러붙어

짜릿했던 순간부터 섭섭했던 순간까지

고개 바짝 쳐들고 낱낱이 고해댄다.

왈칵 울음이라도 쏟을라치면

해는 이미 서산에 있다.

 

(이복자 시집 ‘가을숲에는 배울 이별이 있지만’ 중 ‘하루’ 전문)

 

산보의 도중 - LOST B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