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스름한 하늘이 하나씩 하나씩 꺼져가는 별빛을 감싸 안고 있는 새벽은 신선하다.
계절에 따라 새벽도 조금씩은 의미를 달리하지만, 신선한 기운에 정신이 맑아지고 상쾌하기는 하루 중 새벽이 으뜸이 아닐까 한다.
티탄족(族)의 히페리온과 티아와의 딸 에오스는 매일 아침 '장밋빛 손가락'으로 밤의 장막을 여는 새벽의 여신이다.
그녀는 새벽마다 티토노스의 침대를 살그머니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스 조각에 보면, 이 여신 역시 날개가 달려 있고, 새벽이슬을 담은 단지를 들고 있다.
등황색 외투를 입고, 말 두 필이 끄는 마차를 타고 있는 그림도 있다.
그런데, 젊고 어여쁜 에오스 여신은 올림포스 신들의 미움을 샀다.
일설은, 그녀가 무신(武神) 아레스를 사랑했기 때문이라 한다.
사랑을 모르는 동정인 아테네 여신은 이를 못마땅히 여겨, 에오스 여신으로 하여금 신이면서 인간 남성을 그리워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누구든 에오스 여신이 사랑을 하면 그를 인간 세상에서 앗아가 버렸다 한다.
새벽은 밝음의 탄생이 있으며, 어둠이 사라지는 곳이다.
그러나 태양의 찬란함 뒤에 눈부심의 캄캄함이 있을 때, 누가 새벽을 알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