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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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보르스카는 과작(寡作)의 작가로 유명하다.
등단 후 세상을 뜨기까지 약 70년간 정규 시집 12권과 유고시집 『충분하다』를 남겼을 뿐이다.
"한 편의 시를 봄에 쓰기 시작해서 가을에 가서야 완성하는 경우도 많다"는 고백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시인은 한 편 한 편 심혈을 기울여 탁월한 문학성이 돋보이는 시를 완성했다.
특히 명징한 시어의 선택에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쉽고 단순한 시어로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언어 감각은 정평이 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시인의 대표작 「두 번은 없다」에서 잘 드러난다.
폴란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폴란드 전 국민이 애송하는 이 작품은 인간의 실존에 대한 시인의 명쾌한 자각을 드러내는 시다.
우리(인간)를,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꼭 닮았지만 알고 보면 분명히 다른 존재임이 분명한 두 개의 물방울에 비교하여 개개인이 고유한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타인으로 대치될 수 없는 독자적인 개인의 실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에는 이렇듯 독자적이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개인의 실존을 강조하던 시인은 점차 개체로서의 고립된 실존이 아니라 다른 실존과의 관계로 사유의 범위를 확대한다.
그중에서도 복잡한 현대 문명사회 속에서 익명의 개인으로 버림받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생명체의 존재론적 위기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그럼으로써 쉼보르스카의 시에 등장하는 익명의 개인은 호명되어 의미 있는 하나의 실존적 개체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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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 비스와바 안나 쉼보르스카( Maria Wisława Anna Szymborska, 1923년 7월 2일 ~ 2012년 2월 1일)는 폴란드의 여류시인이다.
1923년 폴란드의 중서부 쿠르닉에서 태어나 8세 때 가족과 함께 남부도시인 크라쿠프로 이주한 후 가족들은 현재까지 그곳에서 살고 있다.
야기엘론스키 대학교에서 폴란드 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1945년 '폴란드일보'에 '단어를 찾아서'로 등단했다.
첫 시집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1952)부터 최근 시집 '콜론'(2005)까지 모두 11권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독일 괴테 문학상, 독일 헤르더 문학상, 폴란드 펜클럽 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1996년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