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買花) 꽃을 사다
帝城春欲暮(제성춘욕모) 장안의 봄 저무는데,
喧喧車馬度(훤훤거마도) 시끌시끌 거마가 지나간다.
共道牡丹時(공도모란시) 모란이 필 때라면서,
相隨買花去(상수매화거) 서로들 꽃을 사간다.
貴賤無常價(귀천무상가) 정해진 값1) 따로 없고,
酬直看花數(수직간화수) 꽃의 수에 따라 다르다.
灼灼百朵紅(작작백타홍) 불붙는2) 빨간 꽃송이들,
箋箋五束素(전전오속소) 자잘한3) 하얀 꽃다발들.
上張帳幄庇(상장장악비) 위에는 포장을4) 가려주고,
旁織笆籬護(방직파리호) 옆에는 울타리로5) 지켜준다.
水灑復泥封(수쇄복니봉) 물 뿌리고 흙 돋우니,
移來色如故(이래색여고) 옮겨 왔어도 빛깔은 그대로다.
家家習爲俗(가가습위속) 집집마다 유행을 이루고,
人人迷不悟(인인미불오) 사람마다 미혹된 채 열중한다.
有一田舍翁(유일전사옹) 어떤 시골 노인이
偶來買花處(우래매화처) 꽃 가게에 와 보더니,
低頭獨長嘆(저두독장탄) 고개 숙여 홀로 장탄식한다.
此嘆無人喩(차탄무인유) 이 탄식을 알아듣는 이 없어라.
一叢深色花(일총심색화) 진한 색 꽃 한 묶음 값이,
十戶中人賦(십호중인부) 열가구의 사람들이 부역했던 피땀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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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가(常價) : 정해진 가격.
2) 작작(灼灼) : 꽃이 무성한 모습.
3) 전전(箋箋) : 약간.
4) 장악(帳幄) : 휘장.
5) 파리(笆籬) : 울타리.
* 백거이의 ‘매화(買花, 꽃을 사다)’는 <재조집(才調集)>에서는 이 시의 제목을 <모란(牡丹)>이라 하였고, <매모란(買牡丹)>이라 한 곳도 있다.
이 시는 당시 장안에 살던 사람들이, 유행처럼 모란꽃을 좋아하여 다투어 사가는 상황을 빌어서, 당시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풍자한 작품이다.
장안의 꽃시장을 찾은, 전혀 다른 두 세계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묘사돼 있다.
첫 12구는 장안의 사람들이 미친 듯이 모란을 좋아하여 값비싼 돈을 주고 모란을 사가는 장면을 서술한 것이고,
그 다음 2구는 위아래를 연결해주는 동시에 작자의 사상 경향을 표출하고 있다.
마지막 6구에서는 귀족의 사치와 농민의 어려운 실상을 대비시켜 농민의 입장에서 대변하고 있다.
이 노인네의 탄식이 가슴을 무겁게 누르며,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Lucas Claus - 눈물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