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무지개

높은바위 2025. 3. 10. 07:02

 

"소낙비가 지나가고 무지개가 서는 곳은 맑은 시냇물이 흘렀다."

"우리 속담에 '서쪽에 무지개가 서면 소를 강가에 매지 말라'는 말은 홍수를 예상하는 뜻이다."

 

'무지개'는 '대기 중의 많은 물방울에 햇빛 · 달빛 등이 굴절 · 반사 또는 간섭되어 생기는 광학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비가 그쳤을 때 태양의 반대쪽에서 7색(色)의 광륜(光輪)으로 나타나는데, 관측자를 중심으로 태양과 반대쪽에 비가 내리고 있을 경우 그 물방울에 비친 태양광선이 물방울 안에서 반사, 굴절되어 최소편각으로 다시 나옴으로써 생성된다.

 

'무지개'는 《용비어천가》(1447년, 50장)에 '므지게'의 형태로 처음 나타난다.

이 '므지게'는 '물'의 옛말인 '믈'과 '지게'의 합성어이다.

'물자맥질> 무자맥질, 물자위> 무자위, 물좀> 무좀' 등에서 보듯, 예전에는 'ㅈ' 앞에서 'ㄹ'이 탈락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믈지게 → 므지게 무지게 → 무지개'로 변했다.

 

'므지게'의 어원설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게'가 예전에 '문(戶)'을 나타내던 말이므로 '므지게'를 '믈[水]+지게[戶]', 즉 '물의 문'으로 보는 것이고,

한자 '戶' '지게 호'라고 읽는데, 이때 지게는 등짐 지는 운반수단 지게가 아니라 문짝을 뜻하는 옛말이다.

원래 한자의 형상을 보면 알 수 있듯, 양쪽으로 여는 문을 門(문), 한쪽으로 여는 문을 戶(호)라고 했는데, 나중에는 門은 주로 대문, 戶는 방으로 통하는 작은 문을 뜻하게 되었다.

문호(門戶)라고 하면 문을 총칭한다.

 

다른 하나는 '므지게'를 '비 오는 쪽의 반대쪽에 나타나는 것',

즉 '물을 (등에) 지고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믈[水]+지-[背]+-게(접미사)'로 보는 것인데 어느 쪽이 옳은지는 분명하지 않다.

 

과거 한국에서는 무지개의 색깔 개수를 7색이 아니라 5색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흑백청홍황(黑白靑紅黃)의 오방색이라고 불리는 색들이다.

 

단순히 흰빛이 아니라 무지갯빛을 띄는 진주 등의 색은 영어로 "iridescence"라고 하는데,

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의 이름에서 따 왔다.

무지개라 그런지 이리스는 신들의 심부름꾼이다.

비눗방울 등에 나타나는 무지갯빛도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무지개 자체를 말할 때는 다들 익히 알고 있듯 "rainbow(레인보우)"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