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호 화백이 그린 그림을 보면 강릉의 신사임당 모습이나 진주의 논개 모습이나 비슷하게 느껴진다.
신사임당과 논개의 모습은 으레 달라야 하건만 그렇게 분위기가 비슷한 것은 그 화백의 마음속에 존경하는 여인상이 하나이기 때문이리라 추측된다.
서양화가들의 여러 가지 인물화를 보더라도 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는 그 화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미인상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화가의 마음속에 그만의 여인상이 있듯 우리가 하나님을 섬기고 부처님을 섬긴다고 할 때 그 하나님이나 부처님은 다름 아닌 우리 마음속의 하나님상이고 부처님상이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자기 정도의 하나님과 부처님을 제각기 모시고 살아간다.
종교도, 부처님도, 하나님도, 진리도 마음속에 담으면 비(非) 종교요, 우상이요, 비(非) 진리이다.
진리라든가 종교란 그늘이 내 마음을 덮는다면 밝음은 빛바랜 그림이다.
'사랑이 있는 곳에 머물지 말고, 사랑이 없는 데는 얼른 도망가라.'(有愛處에 不得住하고, 無愛處에 急走過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