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영국

로제티

높은바위 2015. 3. 27. 07:22

 

 

          생일날

 

내 마음은

파릇한 가지에 둥지 짓고 노래하는 새와 같다.

내 마음은

가지가 휘듯 열매 달린 사과나무와 같다.

내 마음은

잔잔한 바다에서 놀고 있는 보랏빛 조개 같다.

내 마음이

그 보다 더 설레임은 그이가 오기 때문이다.

 

날 위해 명주와 솜털의 단을 세우고

그 단의 모피와 자주색 옷을 걸쳐 다오.

거기에다 비둘기와 석류

백 개의 눈을 가진 공작을 조각하고

금빛 은빛 포도송이와

잎과 백합화를 수놓아 다오

내 생애의 생일날이 왔고

내 사랑하는 이가 내게 왔으니.

 

 

 

* 크리스티나 로제티(Christina Georgina Rossetti : 1830-1894)는 런던에서 태어나 병약한 몸으로 노모를 돌보면서 은둔자처럼 고요하게 살았다.

단테 로제티의 누이동생이며 종교적인 깊은 감정을 솔직한 언어로 표현하여 엘리자베드 브라우닝과 더불어 가장 뛰어난 여류시인으로 꼽히고 있다.

앵글로 가톨릭의 열렬한 신도였던 로제티는 그 고독한 명상을 끊임없이 죽음의 감미로운 생각으로 채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이미 열두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조숙성과 미끈한 시의 리듬은 음악적인 이탈리아어의 영향에 의한 것이리라.

기질도 솔직했던 듯하다.

사랑을 하고 있는 여성의 기쁨을 노래한 이 시가 그것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