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러시아

레르몬토프

높은바위 2015. 9. 3. 09:06

 

               시인(詩人)의 죽음

 

명예의 노예 시인이 죽었다!

소문의 비방을 받아 쓰러졌다.

복수의 적개심으로 가슴에 총탄을 맞고

자랑스런 얼굴을 숙이면서!

시인의 영혼은

사소한 모욕의 불명예를 참지 못하고

전처럼 홀로 세상의 소문에 대항해

분명히 일어섰다, 그리고 죽었다!

죽은 것이다......

 

불필요하고 가슴 아픈 칭송이 공허한 찬미의 흐느낌과 변명을

이제 무엇으로 형상화하겠는가!

운명의 심판은 행해졌다!

우선 그토록 악의있게

그의 자유 분망하고 대담한 재능을 몰아세울 수 없지 않았는가?

그리고 도대체 장난으로

보호받는 불을 끌 수 있었는가?

뭐라고? 즐거워하라......

그는 뒤따르는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던 거야.

훌륭한 천재는 램프처럼 꺼졌고

엄숙한 화관처럼 시들었다.

 

살인자는 냉정하게

일격을 가해서 소생은 불가능했고

그의 가슴은 정상적으로 뛰고

손에 들고 있는 총은 떨리지도 않았다.

놀랄 만한 게 무엇이 있는가?

운명의 의지로 우리에겐

행복과 지위를 노리는 먼 곳에서 온

약 백 명의 도망자들 비슷한 자가 있었다.

웃으면서 그는 대담하게

다른 나라의 언어와 습관을 비웃었고

그는 우리의 명예에 관대할 수 없었고

피 흘리는 그 순간 손에 무엇을 들고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죽었다—그리고 묘지로 옮겨졌다.

마치 알려지진 않아도 사랑스럽고 막연한 시샘의 포로인,

아주 멋진 능력으로 그에게서 칭찬을 받았고,

<그 시인처럼> 무자비하게 파멸 당한

그 가수처럼.

왜 그는 평화스런 안락과 소박한 우정을 버리고

자유 분망한 마음, 불타는 정열을 위해

시기심 많고 지겨운 이 세상에 투신했는가?

왜 불필요한 비웃음에 악수를 했는가,

왜 거짓말과 거짓 포옹을 믿었는가,

그는 젊은 시절부터 포옹력이 있는 사람이었던가?

 

그는 옛날에 화관을 벗어 버리고 대신

월계수로 장식된 자두나무 화관을 썼다.

그러나 숨겨진 바늘들이 가혹하게도

영광스런 이마를 찔렀도다.

그의 마지막 순간은

조롱하기 좋아하는 무식쟁이들의 음침한 흉계에 의해

독으로 가득 찼고,

그리고 죽었다,

허무한 복수의 열망과 함께.

기만된 희망의 은밀한 걱정과 함께.

기적의 노래소리는 잠잠해졌고

그에겐 다시 들리지 않는다.

시인의 안식처는 음침하고 협소해

입술은 꽉 다물어 있다.

 

너희들, 알려진 비열한 행위로

이름을 떨칠 조상의 오만한 자손들이여.

운명의 장난으로 모욕당한 가문을

비굴한 발뒤꿈치로 짓밟은 쓰레기여!

너희들, 왕좌 옆에 탐욕스런 무리를 이루고 서있는

자유와 천재와 영광을 사형에 처하는 망나니들이여!

너희들은 법의 그늘 밑에 숨어 있어

너희들 앞에서는 심판도 정의도 모두 침묵을 지키는구나!

그러나 타락의 아첨자들이여, 신의 심판이 있도다!

추상같은 심판, 그것이 기다리고 있도다.

그것은 황금의 빛도 다가오게 하지 않는다.

너희들의 생각이고 행동이고 그것은 벌써 알고 있다.

그때 너희들이 중상에 매달려도 헛된 것이다.

중상도 이제 너희들을 돕지는 않는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모든 검은 피를 가지고도

시인의 올바른 피를 씻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 레르몬토프(Mikhail Yur'evich Lermontov : 1814-1841)는 푸쉬킨과 함께 러시아 낭만주의 최대의 시인이다.

모스크바 출생으로 1828년 모스크바대학 부속 귀족학교 4학년에 입학, 실러·셰익스피어·푸쉬킨의 작품을 탐독하면서 시를 짓기 시작하여 최초의 서사시 <체르케스인(人)들>(1828) <까프까즈의 포로>(1829)를 썼다.

1830년에 정식으로 모스크바대학 정치과에 들어가 독서와 시작(詩作)에 빠졌다.

이 시절에 희곡 <에스파냐 사람>(1830) <연인>(1831), 서사시 <자유의 마지막 아이>(1831), 서정시 <모놀로그>(1829) <파리─6월 30일>(1830) <그 날이 와서…>(1831) 등을 썼다.

 

1832년에 모스크바대학을 중퇴하고 페테르부르크 근위사관학교(近衛士官學校)에 들어갔다.

이 때 미완의 소설 <바딤>(1833∼1834)을 썼는데, 이것은 러시아의 역사에서 취재한 것으로 서민의 분노를 긍정하는 내용이었다.

1834년에 학교를 졸업하자 청년사관이 되었으며, 서사시 <악마>(1829∼1841)를 계속 집필하면서 그 사이에 <귀족 오르샤>(1835), 희곡 <가면무도회> 등을 썼다.

 

다시 미완의 소설 <리고프스카야 공작부인>(1836)에서는 수도의 하급관리의 애절한 생활을 그렸는데, 이것은 고골이 시작한 자연파의 방향에 대응한 것이었다.

근위기병연대에서 복무하던 1837년 푸쉬킨이 결투로 비명에 죽자, 분개하여 쓴 시, <시인의 죽음>에 의하여 유명해졌으나, 이 작품으로 말미암아 정부와 상류사회의 음모를 폭로하였기 때문에 까프까즈로 좌천당하였다.

 

이곳에서 대표적 서사시 <도망자>(1838) <무티리>(1839) <악마>(1841)를 집필하였다.

1839∼1840년에 발표한 연작소설 <현대의 영웅>은 이른바 레르몬토프의 사상과 작품계열의 집대성으로 그 주인공 페초린의 악마적 풍모는 1830년대 지성적인 귀족의 환멸과 반항의 형상이며, 러시아 문학사상 전통적인 ‘잉여자(剩餘者)’ 타입의 결정판이었다.

이것은 푸쉬킨의 <오네긴>과 더불어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되었다.

 

전제정치를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 온 그는, 황족에 대한 불경 등으로 세 차례나 까프까즈로 유배되었고, 세 번째의 까프까즈 추방 중, 1841년 7월 15일 파티고르스크에서 천성인 독설 때문에, 일찍이 학우였던 N.S.마르티노프 소령과 결투(궁정에서 꾸민)하여 27세의 짧은 생애를 마쳤다.

 

레르몬토프는 데카브리스트 혁명이 실패한 후의 의혹과 회의에 가득 찬 비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문학적으로 성장한 작가로서, 처음부터 자유주의적 혁명 정신을 갖고 활동했던 푸쉬킨과는 차이가 있었다.

레르몬토프는 니콜라이 체제를 부정했으나 그 부정의식에 충실했을 뿐 그 바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환명과 우울, 회의와 냉소에 가득 찬 의식적 아웃사이더였던 것이다.

 

<시인의 죽음>에 푸쉬킨과 단테스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는데, 이는 부자유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시인의 운명에 대해 보편적으로 얘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시인의 죽음은 총탄에 의한 육체적 죽음으로 묘사되지만 그 이전에 자유로운 정신의 죽음이 있었다.

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을 수단시하는, 시인의 삶을 짓밟는 살해자에 의한 정신적 살해가 있었고, 육체적 죽음은 그러한 정신적 죽음의 확인에 불과했다.

시인의 고독한 내면과 외부 세계와의 갈등이 있었고, 죽음은 이미 지속되던 상태를 확인시켜주는 것에 불과했다.

 

그 당시 결투와 그로 인한 죽음은 명예로운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살해하다(убить)'라는 표현은 결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즉, 시인은 살해자—피살자의 구조로 바라보면서 주관적 입장에서 시적 사건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푸쉬킨은 시작부터 죽은 상태로 나오지만 결투에서도 능동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결투를 묘사하는 장면에서도 푸쉬킨이 등장하지 않는다.

모든 행위의 주인은 상대방이며, 그 살해자 혼자 행동하는 자로 등장한다.

 

살해된 자가 시인이라는 점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창조성과 정신적 자유가 외부 세계와 갈등했고, 그 분열이 죽음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며, 그러한 '자유 박탈'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면류관'은 그리스도를 상징하며, 시인이 그리스도의 반열로 올라서는 것은 예술가의 고통이 그리스도의 그것과 닮았다는 의미인 것이다.

'월계관'은 숭배와 존경의 상징에서 순교의 상징으로 변화한 것으로 시인에 대한 조롱과 그로 인한 수난을 의미한다.

시의 5연은 시인의 죽음과 함께 어두운 분위기로 끝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으로 묘사된다.

후에 덧붙인 6연은 시인에 대한 애도일 뿐만 아니라, 날카롭고 격렬한 위협과 예언이기도 하다.

 

그의 시의 기조는 니콜라이 1세 치하의 젊은이들의 항의와 부정이 담긴 반역의 정신이자 행동에 대한 갈망, 조국과 민중에 대한 애정이다백 편 남짓의 서정시 외에 서사시 <상인 깔라시니꼬프의 노래> <악마>, 장편소설 <현대의 영웅> 등의 작품이 있다.                                                                                                                      (두산백과 참조)

Генералам Гражданской Войн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