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딱지를 뗐나요? 떼였나요?"

높은바위 2022. 10. 11. 08:36

 

우리는 평소에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폐가 되지나 않을까요? 너무 폐를 끼쳤습니다. 폐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네, 이렇게 남을 괴롭히게 될까 봐서 걱정하는 인사말을 유난히 많이 합니다.

 

외국 사람이 들으면 기가 막히게 남의 걱정 많이 해 주는 민족으로 알기가 쉽겠지만, 요즈음의 주차 질서를 보면, 세상에 이렇게도 남한테 폐 끼치기 좋아하고, 남의 생각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지요?

 

차는 많아지고 주차할 자리는 좁고 하니까 길가에 차를 세우는 것을 모두 마다할 수는 없겠지만, 남의 차를 움직일 수 없게 막아 놓고 몇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사람, 손님이 부르는 대로 길 가운데 건 아닌 건 멋대로 차를 세우는 택시, 이런 차들은 단순 교통 위반이 아니라 몰염치 죄를 추가해서 딱지를 떼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거나 요즈음 불법 주차 단속이 심해져서였던지 며칠 전에 길을 가다가 들으니까, 어떤 아주머니가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차에 올라타는 남편을 보고, "오늘은 딱지 떼지 말고 와요."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습니다.

 

딱지를 '떼는' 것은 교통순경이 하는 일이고, 일반 운전자는 교통 규칙을 위반하면 딱지를 '떼이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 아주머니는 "딱지를 떼이지 말고 와요."라고 했어야 되겠죠.

 

'딱지를 떼다'는 능동형이고, '딱지를 떼이다'가 피동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뿐만 아니라 누구나 '딱지를 떼였다' 해야 할 것을 '딱지를 뗐다'라고 합니다.

이상한 현상이죠?

'딱지를 떼다' 말이 '교통 규칙을 위반해서 벌금을 물게 되었다'라는 뜻의 관용구로 굳어진 표현이라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다면 일반 운전자는 '딱지를 떼였다, 딱지를 떼인다'라고 해야 합니다.

 

요즈음 국어의 피·사동법을 잘못 쓰는 경향이 있는 것을 보면 이것도 그러한 잘못의 한 예가 될 것입니다.

얼마 전 신문에 '여고생이 불량배를 피해 달아나다가 차에 치어 숨졌다'라는 기사가 있었는데, 이때의 '치어'도 피동 표현이어야 하니까 '치여'라고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