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두보(杜甫)

높은바위 2015. 7. 19. 11:49

 

 

                          촉상(蜀相)1) 촉한의 정승

 

丞相祠堂何處尋(승상사당하처심)                    승상의 사당을2) 어디서 찾을꼬,

錦官城外栢森森(금관성외백삼삼)                    금관성3) 밖의 잣나무 우거진 곳이로구나.

映堦碧草自春色(영계벽초자춘색)                    층계의 파란 풀 절로 봄빛이요,

隔葉黃鸝空好音(격엽황려공호음)                    잎 사이의 꾀꼬리4) 부질없이 곱게 우네.

三顧頻煩天下計(삼고빈번천하계)                    삼고초려한5) 번거로움은 천하를 위한 계책이요,

兩朝開濟老臣心(양조개제노신심)                    두 임금 조정을6) 건짐은 늙은 신하의 단심이라.

出師未捷身先死(출사미첩신선사)                    출병하여 이기지 못하고 몸 먼저 죽으니,

長使英雄淚滿襟(장사영웅누만금)                    길이 후세 영웅들7) 눈물이 옷섶에 가득케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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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촉상(蜀相) : 촉한의 정승.

제갈량(諸葛亮, 181~234)을 말하며 제목도 ‘촉상묘(蜀相廟)’라 함이 합당함.

 

2) 사당(祠堂) : 신주를 모셔 놓은 집.

제갈량의 사당이 사천성 성도(成都) 서북 교외에 있다 함.

 

3) 금관성(錦官城) : 성도의 별칭. 금성(錦城).

 

4) 황려(黃鸝) : 꾀꼬리. 털빛이 노랗기에 黃 자를 썼음.

 

5) 삼고(三顧) : 세 번 돌아봄. 세 번을 찾아감.

삼고초려(三顧草廬, 유비가 제갈량이 사는 초가를 세 번 찾아가 군사(軍師) 곧 군사령관으로 맞아들인 일).

 

6) 양조(兩朝) : 두 조정. 두 임금 곧 소열제(昭烈帝) 유비와 후주 유선(後主 劉禪).

 

7) 장사영웅(長使英雄) : 길이 영웅들로 하여금.

 

 

 

* 이 ‘촉상(蜀相)’은 너무도 유명하여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은 누구나 읽고 감상한 시이다.

제갈공명의 사당 주변에는 잣나무가 가득 들어서 있어, 꾀꼬리는 잎 사이에 숨어 울고 봄풀은 다시 돋아나 가고 없는 제갈 정승을 그리워하게 한다.

유비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여 기울어져 가는 한(漢) 나라를 유비를 중심으로 다시 세우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몸이 먼저 가고 말았으니 후세 영웅들의 통한을 금치 못하게 한다.

 

우리는 ‘삼국지(三國志)’를 읽으면서 늘 유비 현덕(劉備玄德) 편에 서서 그를 괴롭히는 조조(曹操)나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니, 이는 지은이 두보의 생각과 통하는 것일 게다.

함련(頷聯 3~4구, 승承)과 경련(頸聯 5~6구, 전轉)은 각각 두 구가 대를 이루어 ‘映堦-隔葉, 碧草-黃鸝, 自春色-空好音’은 사경(寫景, 서경)이요, 경련의 ‘三顧-兩朝, 頻煩-開濟, 天下計-老臣心’은 서정(敍情)이다.

 

7언율시(7言律詩)로서, 압운은 尋, 森, 音, 心, 襟 자로 평성 ‘침(侵)’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平仄平平平仄平, 仄平平仄仄平平, 仄平仄仄仄平仄, 仄仄平平平仄平, 平仄平平平仄仄, 仄平平仄仄平平, 仄平仄仄平平仄, 平仄平平仄仄平’으로 이사부동이륙대뿐 아니라 반법, 점법 등이 7언율시 규칙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시이다.

                                                                                      (한시작가작품사전, 국학자료원 참조)

삼국지 공명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