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너무너무'... 너무합니다.

높은바위 2022. 9. 29. 11:54

 

이런 말 자주 들으시죠?

 

"그 사람 너무 성실해. 너무 진지하고, 음... 또 너무 착해."

 

다다익선이란 말이 있지만 반면에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정도에 맞는 게 좋은 거죠.

양이든 질이든 기분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정도에 맞아야 좋지, 모자라거나 지나치면 곤란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이 '너무'라는 말,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게다가 '너무' 하나로 부족해서 '너무너무'라고 첩어까지 만들어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너무너무 좋아.", "너무너무 맛있어.", "너무너무 힘들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을 수 있는 이 말, 정말이지 '너무'가 넘치고 있다는 생각 안 드세요?

 

'너무'라는 말은 '넘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부사입니다.

'넘다'라는 동사는 아시다시피 '지나치다'라는 뜻이죠.

지나침이 좋지 않아서일까요?

 

'너무'라는 부사 뒤에는 보통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이 뒤따르는데요.

그래서 '너무 더럽다', '너무 아프다'는 바른 표현이지만, '너무 맛있다', '너무 즐겁다'는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따라서 앞서서 든 예문 "그 사람 너무 성실해. 너무 진지하고, 음... 또 너무 착해."의 세 가지 형용사는 모두 긍정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이 세 형용사를 꾸며주는 부사 '너무''무척'이나 '매우', '아주'로 바꿔 써야 옳은 표현이 됩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 '너무'가 최상의 의미를 나타낼 때는 '가장'이나 '제일'로 바꿔 써야 합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넘치는 감정 표현을 즐겨 사용하게 됐을까요?

어떤 학자는 우리 민족이 모자람에 이골이 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모자람에 대한 지겨운 마음이 언어에 나타난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굶기를 밥먹듯이 해서, 한 번이라도 실컷 먹어봤으면 한이 없겠다는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이런 부족감과 상실감이 일반적인 정서가 되면서 술은 넘치도록 따라야 제 맛이고, 남길지언정 잔칫상은 상다리가 부러진 정도로 차려야 하는 것이 미덕이 됐다는 거죠.

 

형편이 안되니 말로나마 '너무너무'하면서 보상받고자 했다는 얘긴데, 그럴듯한 말이죠?

자, 앞으로는 뭔가 흡족함을 나타낼 때, '너무'가 아니라 '아주', '매우', '무척' 이런 말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