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나가리' → '깨짐'

높은바위 2022. 9. 24. 09:19

 

"지난 연휴에 설악산 잘 다녀오셨어요?"

"아휴 말도 마세요.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겨서 나가리 됐어요."

 

네, '나가리' .

무심히 쓰고 있는 말인데요.

일상 대화 속에서 무심히 쓰고 있는 일본말을 찾아내 바르게 고쳐보도록 하겠습니다.

 

'나가리'라는 말, 특히 화투를 하다가 판이 깨지거나 패가 모자라서 무효가 됐을 때도 '나가리!'하고 소리를 치는 것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떤 일이 무효가 되거나 계획이 중단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나가리'는 일본말입니다.

 

원래 일본어 발음은 '나가레'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나가리'로 쓰이고 있죠.

일본말이고 어감도 좋지 않은 이 말은 우리말로 고쳐 써야겠습니다.

'나가리'라는 말 대신에  우리말인 '깨짐, 허사, 무효'라고 하는 게 좋겠죠.

 

한 가지 더 살펴보죠.

 

"연수야 너 어제 새로 시작한 영화 보러 갔었지? 어땠니?"

"얘, 말도 마라. 어찌나 줄을 나래비로 섰는지 표도 못 사고 그냥 왔다니까."

 

이런 경험 한 두 번씩은 있으실 텐데요.

'나래비''사물이나 건물이 길게 늘어선 모양이나 줄 서기를 가리키는 일본말'로 원래 발음은 '나라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래비'란 말이 단순한 줄 서기가 아니라 장사진을 이루다라고 쓸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늘어선 모습'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죠.

'나라비'라는 일본말이 우리말 속에 들어와 쓰이기 시작하면서 'ㅣ'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나 '나래비'로 변한 것입니다.

일본말인 '나래비' 역시 우리말인 '줄 서기'로 고쳐서 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