鐘(종)
집시의 미남 내 애인이여!
귀를 기울여요 종소리가 울려요,
우리는 서로 정신없이 사랑했었어요.
아무도 보지 않는 줄 믿고서
그러나 우리는 잘 숨지 못했어요.
주위의 모든 鐘(종)들이
높은 鐘閣(종각)에서 우리를 봤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그대로 말할는지 몰라요.
내일이면 시프리앙과 앙리
마리 위르쉴과 까뜨린느
빵집 마님과 남편
그리고 나의 사촌누이 젤트뤄드가
미소 지을 거예요, 내가 지나가면
그럼 나는 몸 둘 곳을 모를 거예요.
당신은 멀리 있고 나는 울 거예요.
어쩌면 울다 죽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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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년 8월 26일 ~ 1918년 11월 9일, 향년 38세)는 프랑스의 시인, 작가, 비평가이자 예술 이론가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폴란드인 어머니와 정체불명의 아버지 사이에서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모나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생애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지내다가, 죽기 2년 전에야 비로소 프랑스에 완전히 귀화하였다.
1918년 그는 전쟁에서 입은 상처와 스페인 독감으로 제1차 세계 대전 종전을 3일 앞두고, 38세의 나이로 짧은 생애를 마감하였다.
아폴리네르는 줄곧 이방인의 처지로 문필활동을 했지만, 오늘날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대표시인으로 칭송받고 있다.
아폴리네르의 이름은 20세기의 새로운 예술의 탄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위치하고 있다.
새로운 예술은 '에스프리 누보(새 정신)'라는 구호와 함께 등장했는데, 이 에스프리 누보의 고취자가 아폴리네르였고, 또한 그것을 멋지게 꽃피게 한 것도 아폴리네르였다.
지난 세기, 시정신의 결정체인 상징주의가 바야흐로 막을 닫으려 할 때에, 아폴리네르는 드물게 보는 단순하고 소박한 수법으로 마치 휘파람이라도 불 듯이 시단에 등장하여, 눈 깜빡할 사이에 현대시의 선구자가 된 것이다.
그 바탕에는 "미라보 다리"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시의 서정성이 우선 자리함을 부인할 수 없다.
그가 피카소가 그린 초상을 표지화로 한 시집 『알코올』을 들고서,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직전인 1913년에 등장한 것은 실로 <프랑스 시의 방향을 결정한>(필립 수포) 중요한 사건이었다.
『알코올』은 아폴리네르의 첫 시집으로, 1913년 메르퀴르 드 프랑스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
부제인 <시집 1898-1913>이 말하듯이 『알코올』은 아폴리네르가 시인으로서 처음 이름을 알린 이후 15년간의 결산이라고 할 수 있다.
형태와 주제, 음조와 길이가 다른 50편의 시를 혼란스럽게 늘어놓고 있지만, 이 시집 전체가 지니고 있는 특이한 분위기는 거기에 어떤 <숨겨진 건축>, <초현실적 상상력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건축>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떨쳐 버리기 어렵게 한다.
다른 작품으로는 『썩어 가는 마술사 : L’enchanteur pourrissant』, 『상형시집 : Calligrammes』, 『학살당한 시인 : Le Poète assassiné』, 『앉아 있는 여인 : La femme assise』, 『우울한 파수병 : Le Guetteur melancolique』, 『추억처럼 부드러운 : Tendre comme le souvenir』, 『소년 돈주앙의 회고록 : Les Exploits d’un jeune Don Juan』, 『미라보 다리 : Le pont Mirabeau』, 『이교시조회사 : L'Heresiarque et Cie』, 『입체파 화가들 : Les peintres cubistes』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