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게리 셔먼 스나이더(Gary Sherman Snyder)

높은바위 2023. 11. 13. 07:41

 

마린 안

 

젖은 초원 저 아래 있는

유칼립투스 숲 위로 해가 떠오르고

물은 알맞게 뜨거운데

나는 열린 창가에 앉아

담배연기를 동그랗게 말아 올린다.

 

멀리서 개들이 짖고, 깍깍거리는

까마귀 한 쌍, 소나무 저 꼭대기서

조그만 동고비새의 콧소리--

방풍림 삼나무 숲 뒤에서

암말이 올라온다, 풀을 뜯으며.

 

저 아래

육 차선 하이웨이의 계곡서 들려오는

낮게 지속되는 호통, 수천의

수천 대의 차들이

사람들을 일터로 실어 나른다.

 

* * * * * * * * * * * * * * *

 

Marin-an

 

sun breaks over the eucalyptus

grove below the west pasture,

I sit in the open window

& roll a smoke.

 

distant dogs bark, a pair of

cawing crows; the twang

of a pygmy nuthatch high in a pine--

from behind the cypress windrow

the mare moves up, grazing.

 

a soft continuous roar

comes out of the far valley

of the six-lane highway--thousands

and thousands of cars

driving men to work.

 

* * * * * * * * * * * * * * *

 

게리 셔먼 스나이더(Gary Sherman Snyder, 1930년 5월 8일 ~  93세)  시인, 수필가, 환경운동가이다.

 

미국 리즈대학에서 문학과 인류학을, 인디애나대학과 버클리대학에서 동양언어학을 공부하며 비트 문학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시운동에 참여했다.

1985년부터 UC 데이비스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현재는 명예교수이다.

서구의 언론은 그를 일러 ‘현대의 성자’라고 표현한다.

또 블룸스베리 리뷰에서는 ‘자연계와 시의 부족 연방들의 원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게리 스나이더는 영미권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시인으로 꼽힌다.

개발과 성장이 20세기 최대 가치가 되었을 때 그는 환경에 주목했다.

사라져 가는 생물종과 소수 부족의 삶을 생태시로 발표했다.

미국이 돈과 무기로 세상을 이윤 추구의 산업단위로 몰아가지 않도록 미 연방을 해체하자고 주장한다.

독립된 작은 나라들이라면 힘의 독점이 줄어들 것이라고. 그는 공존을 위한 정치적 저항에 앞장선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운동은 각자 스스로의 마음을 보는 곳에서 시작한다.

 

1950년대 버클리대학에서 공부할 당시 그는 새로운 시 운동에 참여했다.

비트 문학을 이끈 동인이며 길 닦는 노동자, 배수시설 공사장 막노동꾼, 산불 감시원으로도 생활했다.

잭 케루악의 소설 (선 히피)의 주인공 제피 라이더의 모델이기도 하다.

 

1956년부터 일본 다이도쿠사(大德寺)에서 10년 동안 매일 10시간씩 참선하며 구도했고, 틈틈이 선어록(禪語錄)을 영역했다.

 

게리 스나이더는 시에라네바다 산속에 집을 짓고 홀로 산다.

“세상은 당신을 현대의 헨리 소로라 부른다”라고 하자, 그는 당나라 한산을 이야기하며 “수많은 이들이 야생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며 별일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모두 열여덟 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그중 <야생의 삶(The Practice of the Wild)> <비 속에 남겨지다, 1947~1985년 시모음(Left Out in the Rain, New Poems 1947~1985> <도끼자루(Axe Handles)>는 미국도서상을 수상했다.

 

1969년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거북섬이라 부르던 북미 대륙을 성찰하는 대서사시 ‘거북섬’(Turtle Island)을 발표한다.

서구 지성은 그의 통찰에 1975년 퓰리처상을 수여한다.


 <산하무한(Mountains and Rivers Without End)>으로 1997년 시 분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볼링겐상을 수상했다.

 

미국 예술원상(1966)을 비롯하여 미국 시인아카데미가 주는 월러스 스티븐상의 영예를 얻었고 구겐하임 펠로십, 베스 호킨상, 레빈슨상 등을 받았다.

 

2003년에는 미국 시인아카데미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한국에는 <야생의 삶> <지구, 우주의 한마을> <무성(無性)> 등이 소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