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220. 영산강

높은바위 2023. 6. 11. 18:02

 

영산강

 

1

푸른 바람에

굽이치는 물살을 보아라

보아라 백사장

세월의 무늬

사금파리 얼굴도 기웃거린다

토라지는 입술이

곱지 않으냐

 

2

영산강 상류에 가서

우리 엄니 빨랫터에

앉아 보아라

물 속에는

송사리 떼  몰려가고

그 사이사이

미소 띈 우리 엄니가

세상살이 그을은

귀신 같은 네 얼굴을

맞이하더라

 

3

영산강 상류에 가 보아라

천년에 한 번

백마 타고 오시는 님

님의 모습

가 보아라

천년에 한 번

백마 타고 오시는 님

 

4

일몰의 영산강

강가에 서 보아라

천년에 한 번

울먹이는 소리

들어 보아라

천년에 한 번

울먹이는 역사

들어 보아라

 

5

아배의 말씀은

두만강에 서성이고

엄니의 말씀은

영산강에 떠돌고

노기 띤 아배의 말씀은

문 밖에서 서성이고

오늘도 슬프게

영산강은 흐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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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는 정도 1018년부터 2018년에 이르는 중세와 근대 및 현대에 이르는 1000년 기간도 소중하다.

영산강은 나주, 화순, 영암, 담양, 함평, 해남 등 고대문화권(고대 마한문화촌)과 서남해 바닷길과 하나로 결합되어 해양을 통한 동아시아의 교류 관문 역할을 했다.

마한과 백제 및 신라와 후삼국 그리고 고려 전기에 이르는 평화와 공존, 교류와 소통의 시대의 시발점이자, 낙랑-마한-가야-왜국을 잇는 고대 뱃길, 마한의 동아시아 베니스였다.

유적과 유물, 신라 때의 회진포와 청해진의 상징, 불교 선종의 유입 경로와 문화양상, 진도 삼별초 및 오키나와 이주, 공도와 해금의 폐해, 이순신과 다도해 등등 차고 넘친다.

아울러 해양 영유권 분쟁 시대에서의 공존과 평화의 방향, 신해양시대의 비전 등을 담으면 목포 동아시아 해양문화전당은 신해양시대의 매우 의미 있는 문화플랫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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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창

1954년 전남 나주 출생.

1982년 '현대문학' 추천완료 등단.

시집 '어둠 이후', '행방불명', '영산강 비가', '강물', '환상 변주곡', '아이야 영산강 가자', '백두산의 눈물'.

시론집 '한국기독교시인론', '사랑의 넓이와 깊이', '사랑의 시학'.

현 한국기독교문인협회 명예이사장.

월간 '창조문예'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