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1.4 후퇴

높은바위 2019. 7. 3. 07:58



 

1.4 후퇴

 

 

삭풍이 몰아치는 추운 겨울.

주린 배를 움켜쥔 채 또다시 서울을 떠나야했다.

그대로 앉아서는 죽을 수 없는

악몽 같은 아비귀환.

그것은 버려진 갈대밭을 휩쓰는 해일이었다.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화물차에 매달려

언 발을 동동 구르던

수천수만의 난민들.

비정의 바람벽을 넘어

보장 없는 내일을 향해 저마다 피난의 길은

멀기만 했다.

 

바람에 쓰러지는 눈은 내리고...

더는 걸을 수 없어 길가에 주저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체념.

, 무슨 죄로

이 땅에 태어나 옮겨놓은 걸음걸음마다  

눈물이어야 할까.

 

눈 속에 묻혀있는

저 흰 고무신 한 짝

죽은 자의 것인지 산자의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굶주림에 지쳐 눈길에 쓰러져있는 여인.

그녀의 등에 업혀 울부짖는

아기의 울음소리.

도로와 철로를 메운 피난민의

행렬은

보따리를 부둥켜안고

가제도구를 실은 수레를 끌고

남으로, 남으로 발길을 옮겨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