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ㅎ

하늘(1)

높은바위 2024. 7. 19. 07:19

 

지평선 위 까마득하게 높고 먼 궁륭형의 시계(視界). 고대의 사상으로 만물의 주재자. 종교적으로는 절대자, 조물주 및 그러한 절대세계나 이상세계를 상징함. 때로는 아버지나 남편을 뜻하거나 자유나 양심을 표상하기도 한다.

 

지리한 장마 끗헤 서풍에 몰녀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골임닛가 (한용운, ''알ㅅ수 업서요', "님의 침묵", p. 4)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작고 목 말러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내 마음이 익는다. (박두진, '하늘', "해", <박두진전집· 1>, p. 64)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p. 3)

 

한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윤동주, '무서운 時間시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p.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