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처음의 수줍고 겸손한 그 마음으로

높은바위 2023. 8. 22. 07:01

 

살아오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자.

그 기억이 어떤 것이든 간에 맨 처음의 느낌이 가장 강하게 남는 법이다.

 

아주 어린 시절에 처음 보았던 짙푸른 바다의 빛깔,

처음 만져 보았던 참새 깃털의 가벼운 느낌,

청소년 때 처음 맛보았던 쓰디쓴 커피 맛까지.

처음 만났던 그 순간, 그 느낌이 기억에 가장 뚜렷한 것이다.

 

그 시절에는 시간도 얼마나 더디게 가던가,

아침밥 떠먹고 나가서 온종일 놀다 보면 하루해가 마치 일 년은 되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었다.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까 일 년이 하루처럼 쏜살같다.

일 년 365일은 똑같을 텐데, 왜 체감하는 시간은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는가.

 

아이들은 보고 듣는 감각이 예민해서 새롭게 자극을 많이 받다 보니, 그렇게 시간이 더디게 느껴지는 거라고 한다.

반면에 어른들은 대부분 습관과 타성이 지배를 해서 습관으로 보고, 습관으로 반응하다 보니까, 그만큼 뇌가 하는 일도 적어서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깨어난 사람은 아이처럼 늘 현재에 깨어있다.

처음의 수줍고 겸손한 그 마음으로 항상 새롭고 경이로운 세상을 만나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