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장적(張籍)

높은바위 2015. 7. 23. 07:22

 

 

                    절부음(節婦吟)  절개를 지키려는 어느 아낙의 마음

 

君知妾有夫(군지첩유부)                                그대는 소첩에게 지아비 있음을 알고서도,

贈妾雙鏡珠(증첩쌍경주)                                저에게 쌍경주를1) 보내셨지요.

感君纏綿意(감군전면의)                                그대의 애타는 마음에 감격하여,

繫在紅羅維(계재홍나유)                                전 저의 붉은 비단치마에 달고 있었지요.

妾家高樓連苑起(첩가고루연원기)                   그러나 소첩의 집의 높은 누(樓)는 대궐 동산에 이어 올라가고,

良人執戟明光裏(양인집극명광리)                   낭군은 명광궁(明光宮)2) 속에서 창[극(戟)]을 들고 경비 서고 있답니다.

知君用心如日月(지군용심여일월)                   그대의 마음 씀은 일월과 같이 밝음을 저도 잘 알고 있사오나,

事夫誓擬同生死(사부서의동생사)                   지난날 한 명의 지아비 섬길 것을 맹세하면서 생사(生死)를 함께 하자 하였으니,

還君明珠雙淚水(환군명주쌍루수)                   그대에게 이 구슬을 돌려줄 때 내 양 볼에 눈물만 흐릅니다.

何不相逢未嫁時(하불상봉미가시)                   우리는 어찌하여 시집가기 전에 서로 만나지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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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쌍경주(雙鏡珠) : 귀한 구슬 악세사리.

 

2) 명광궁(明光宮) : 당나라 황제의 침전.

 

 

 

* 장적(張籍 : 765-830?)은 중당(中唐)의 문관이며, 시인이다.

자는 문창(文昌)이며, 하북성 복양(河北省 濮陽) 사람이다.

곤궁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높은 벼슬에 오르지도 못했다.

진사(進士)에 급제하여 한유(韓愈)의 추천으로 국자박사(國子博士)가 되었으나, 눈이 멀어 태상시태축(太常侍太祝)이라는 낮은 벼슬로 가난 속에 살았다.

 

그는 사회시(社會詩)를 두보에게 이어받아 백거이(白居易)로 이어준 중요한 시인이다.

장적은 두보를 몹시 흠모하여 전설에 의하면, ‘두보의 시집을 불태워 그 재에 꿀과 기름을 섞어 마신다면 나의 간장(肝腸)도 바뀌어 지겠지’라고 했다고 한다.

또 백거이는 그의 시를 읽고 몹시 감탄했다고도 한다.

그는 시란 풍월이 아니라 현실의 직시며 유희가 아니라 진지한 것이라야 한다는 주장이었으며, 이를 작품에 성공적으로 반영시킨 시인이다.

 

고시(古詩)와 서한, 행초(書翰, 行草)에 능했고, 악부(樂府)에도 능하여 왕건(王建)과 이름을 같이했다.

한유에게 ‘노름을 즐기고, 남에게 이기려는 승벽이 세며, 노불(老佛)을 배척하여 미움을 받으니, 맹자처럼 글로 후세에 남기지 못하리라.’는 신랄한 편지를 보낸 바가 있으며 ‘장사업시집(張司業詩集)’이 있다.

 

악부체의 시를 썼으나 5언 율시도 잘 지었다.

지금 전해지는 시 418수 중 7,80수가 악부시여서 서사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악부시가 아닌 것도 대부분 민간의 고통을 반영하는 데 성공하였다. 《정부원(征婦怨)》 《축성사(築城詞)》 《야로가(野老歌)》 《이부(離婦)》 《성도곡(成都曲)》 《서주(西州)》 《산농사(山農詞)》 《가악부(賈樂府)》 《장군행(將軍行)》 《목동사(牧童詞)》 《정서장(征西將)》 등의 작품을 통해 봉건 통치계급들이 농민에게 가져다 준 고통을 폭로하고, 고난에 허덕이는 농민들에게 동정을 나타내고 있다.

시의 소재는 대개 전란 속에서 서민들의 고통과 관리들의 횡포, 부녀의 비극 등이 그 근간을 이루는데, 소시(小詩)로서 자연을 읊거나 우정을 기념하는 것들도 보여 그의 시 역량을 넓혔다.

 

이 시 절부음(節婦吟)은 마치 작자가 여자가 된 듯한 시다.

애타는 마음속에도 절조를 지키려는 여심(女心)을 잘 그리고 있다.

어떤 사내가 이미 남의 아내가 된 유부녀에게 간절히 사모하는 마음을 못잊어 사적인 선물을 주었을 때, 그녀는 준엄한 어조로 정중히 거절했지만, 그녀 역시 결혼하기 전에 못 만났음을 한한다는 애틋한 사연을 완곡(緩曲)히 표현하고 있다.

데니스프로젝트 - 사랑은 아프지 않아도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