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안개속을 거니는 것은
온갖 나무숲과 돌은 고독하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모른다.
모두가 혼자다.
내 생이 아직 환했을 때엔
내게 세상은 벗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이제 안개가 내리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구나.
피할 수 없게 아주 살며시
모든 것에서 자신을 떼어내는
어둠을 전혀 모르는 자는
정녕 현명하다 할 수가 없다.
이상하다.
안개속을 거니는 것은
인생이란 고독한 존재
아무도 타인은 모른다.
누구나 혼자다.
(H. 헷세 / Hermann Hesse 의 '안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