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이백(李白)

높은바위 2015. 7. 10. 20:14

 

 

                자야오가(子夜吳歌)1)

 

秦氏羅敷女(진씨나부녀)                         진씨의 딸인 나부가,2)

採桑綠水邊(채상녹수변)                         푸른 개울가에서 뽕잎을 따는데,

素手靑條上(소수청조상)                         고운 손이 푸른 뽕나무 가지에 오르내리고,

紅裝白日鮮(홍장백일선)                         붉게 단장한 모습이 햇빛에 고와라.

蠶飢妻欲去(잠기처욕거)                         ‘누에가 뽕잎 찾기에 소첩은 가겠으니,

五馬莫流連(오마막유련)                         태수님도3) 놀기에만 팔리지 마소서’ 하네.               <제1수>

 

鏡湖三百里(경호삼백리)                         경호4) 3백 리에,

菡萏發荷花(함담발하화)                         연꽃 봉오리는 모두 꽃을 터뜨려,

五月西施採(오월서시채)                         5월이라 서시가5) 연밥을 따는데,

人看溢若耶(인간일약야)                         구경하는 사람들 약야계에 가득일세.

回舟不待月(회주부대월)                         서시는 달 뜨는 걸 기다리지도 않고 배를 돌려,

歸去越王家(귀거월왕가)                         월나라 궁중으로 가고 마는구나.                             <제2수>

 

長安一片月(장안일편월)                         서울 장안의 조각달 아래,

萬戶擣衣聲(만호도의성)                         집집마다의 다듬이질 하는 소리.

秋風吹不盡(추풍취부진)                         가을바람은 그치지 않고 불어,

總是玉關情(총시옥관정)                         이 바람은 먼 옥문관을 생각하게 하는구나.

何日平胡虜(하일평호로)                         언제나 저 오랑캐를 쳐부수고,

良人罷遠征(양인파원정)                         낭군님 그 먼 싸움터에서 돌아오려나.                      <제3수>

 

明朝驛使發(명조역사발)                         내일 아침 역사가6) 떠난다기에,

一夜絮征袍(일야서정포)                         밤을 새워 가며 솜 넣은 정포를 짓네.

素手抽針冷(소수추침냉)                         바늘 잡기에도 손이 시리니,

那堪把剪刀(나감파전도)                         가위 만지기는 더욱 어려워라.[추위로 바느질하기 어려워라.]

裁縫寄遠道(재봉기원도)                         모두 지어 먼 길에 부치지마는,

幾日到臨洮(기일도임조)                         언제나 낭군 계신 임조에7) 닿으려는고.                  <제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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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야오가(子夜吳歌) : 악부(樂府)의 노래. 동진(東晉)의 자야라는 여인이 지은 민요조의 애절한 노래가 자야가인데, 동진의 서울이 오 땅의 건업{(建業, 지금의 남경시(南京市)}이기로 오가(吳歌)라 한 것임.

후세 시인들이 그 가락을 본따 사시행락(四時行樂)의 자야사시가(子夜四時歌)를 지었음.

 

2) 나부(羅敷) : 전국시대 조(趙)의 서울 하북성 한단(河北省 邯鄲) 사람 秦氏의 미인 딸.

그녀가 뽕을 따고 있을 때 초왕(楚王)이 그녀의 미모에 반하여 사또라 자칭하며 정조를 빼앗으려 하니 ‘맥상상(陌上桑)’ 노래를 지어 거절했음.

 

3) 오마(五馬) : 사또. 태수(太守, 지방관).

태수의 행차에는 말 다섯 필이 수레를 끌었기에 하는 말임.

 

4) 경호(鏡湖) : 절강성 소흥시(浙江省 紹興市)에 있는 호수.

하감호(賀監湖), 감호(鑑湖), 태호(太湖).

 

5) 서시(西施) : 춘추시대 월의 미인.

 

6) 역사(驛使) : 역참(驛站)에서 사방으로 통신하는 물건을 전달하는 사람, 곧 우체부.

 

7) 임조(臨洮) : 감숙성(甘肅省) 임조현. 난주(蘭州) 남방에 있음.

 

 

 

* <제1수>는 자야오가의 봄노래.

누에치느라 뽕잎을 따는 나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고 나서, 나부가 말하는 형식으로 ‘누에가 뽕잎을 찾으니 나는 급히 집으로 가거니와, 태수께서도 남의 부인을 희롱할 생각 말고 댁으로 돌아가라’고 충고하는 말로 맺었다.

‘맥상상’에 보면 나부가 태수로 가장한 임금에게 “使君自有婦 羅敷自有夫(사또에게는 부인이 계시고, 나 나부에게도 지아비가 있소)”라 말한 구절이 있다.

‘맥상상’은 27연 53구의 고악부(古樂府)로 나부가 지어 초왕을 물리쳤다고 하나〈古今注〉, 내용을 보면 나부가 지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있다.

 

6구체 5언시(6句體 5言詩)로서 압운은 邊, 鮮, 連 자로 평성 ‘선(先)’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平仄平平仄, 仄平仄仄平, 仄仄平平仄, 平平仄仄平, 平平平仄仄, 仄仄仄平平’으로 이사부동(二四不同)은 잘 이루어졌으나 반법(反法), 점법(粘法)이 일관되지 못하였다.

 

<제2수>는 자야오가의 여름 노래.

3백 리 넓은 경호에 연꽃은 만발했는데, 5월이라 덥지 않은 철에 서시는 연밥을 따고 있다.

그 아름다운 자태를 보려고 사람들은 약야계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러나 서시는 그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달이 뜨기에 앞서 배를 돌려 월나라 궁중으로 들어가고 만다.

그러한 서시는 오만하게 비칠 수도 있고 고귀한 귀족적 품위가 보이는 양면성을 지니었다.

하기는 왕의 총애를 받으니 일반 서민들이 가까이할 수 있겠는가.

 

6구체 5언시로서 압운은 花, 耶, 家 자로 평성 ‘마(麻)’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仄平平仄仄, 仄仄仄平平, 仄仄平平仄, 平平仄仄平, 平平仄仄仄, 平仄仄平平’으로 이사부동이 모두 맞고 반법과 점법도 어긋남이 없어 율시(律詩) 운율과 평측 배열에 맞는 작품이다.

 

<제3수>는 자야오가의 가을을 읊은 노래.

앞 세 구는 서경(敍景)으로 서울 장안의 모습이다.

가을 차디차게 느껴지는 조각달이 홀로 하늘을 지키는데, 집집마다 겨우살이 준비로 옷 다듬는 다듬잇소리가 낭자하다.

가을바람은 쉬지도 않고 불어오니 멀리 옥문관 너머 싸움터에 가 있는 남편의 안부가 궁금하다.

언제 변방을 괴롭히는 저 오랑캐를 평정하여 남편이 먼 원정길에서 돌아와 함께 살게 되려는지. 홀로 살고 있는 아내의 애절한 심정을 담았다.

전쟁이란 이렇게 나라뿐 아니라 백성 한 사람 한 사람까지도 괴롭히는 못된 사건이라, 지은이의 평화를 그리는 사상도 담겼다 하리라.

 

6구체 5언시로서 압운은 聲, 情, 征 자로 평성 ‘경(庚)’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平平仄仄仄, 仄仄仄平平, 平平平仄仄, 仄仄仄平平, 平仄平平平, 平平仄仄平’으로 이사부동은 모두 이루어졌는데, 둘째 구는 반법이 잘 되었지만 셋째 구는 점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넷째 구는 반법, 다섯째 구도 반법이어서 절구나 율시 구성에 어긋났다.

그리고 다섯째 구 끝 자는 측성이 와야 하는데 평성이 배치되었다.

이는 고시이므로 하등의 흠결은 되지 않는다.

 

<제4수>는 자야오가 마지막 수로 겨울을 읊은 노래.

편지나 소포를 먼 곳까지 배달하는 역참의 우체부가 내일 아침이면 떠난다니, 추운 겨울이지만 먼 싸움터에 가 있는 남편을 위해 솜옷 한 벌을 이 밤 안에 지어 보내야 한다.

바늘만 만져도 냉기가 손에 스미는데 가위질이야 온 몸을 오돌오돌 떨게 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추위를 견디어 가며 만든 옷이 완성되었다.

역사 편에 보내면서도 이 옷이 언제 임이 계시는 임조 군진에 도착될는지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남편을 향한 아내의 애틋한 사랑과 그를 위하여 애쓰는 마음을 그렸다.

당시에는 현종(玄宗)이 변경 정벌을 그치지 않아 백성들이 모두 징병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6구체 5언시로서 압운은 袍, 刀, 洮 자로 평성 ‘호(豪)’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平平仄仄仄, 仄仄仄平平, 仄仄平平仄, 仄平仄仄平, 平平仄仄仄, 仄仄仄平平’으로 이사부동이 모두 잘 이루어졌으며 반법과 점법이 잘 지켜져 6구체 5언율시(6句體 5言律詩)라 해도 좋다.

                                                                                   (한시작가작품사전, 국학자료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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