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이백(李白)

높은바위 2015. 6. 30. 20:14

 

 

                   자견(自遣)1)

 

對酒不覺暝(대주불각명)                     술 마시고 있노라니 해 저문 것도 몰라,2)

落花盈我衣(낙화영아의)                     떨어지는 꽃잎은 옷깃에 쌓였네.3)

醉起步溪月(취기보계월)                     취한 걸음으로 개울가 달 아래를 거니노라니,

鳥還人亦稀(조환인역희)                     새들도 깃을 찾아갔고 인적 또한 드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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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견(自遣) : 스스로 자기 마음을 위로함.

 

2) 명(暝) : ① <평성 靑(청) 운〉 어둡다. 캄캄하다.

               ② <거성 徑(경) 운〉 저물다. 쓸쓸하다.  여기서는 ②임.

 

3) 영(盈) : 차다. 가득차다.

 

 

 

* 혼자서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 사이 날이 저무는 것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내 옷자락에는 떨어지는 꽃잎이 가득하다.

일어나 취한 걸음으로 달빛 비추는 냇가를 거니노라니, 새들도 제 보금자리로 돌아가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 또한 모두 집으로 들어가 버려 적적하다.

외로움 속에 내 벗이란 하늘의 달과 떨어지는 꽃잎과 술, 이 세 가지뿐이로구나.

이것들이야말로 내 진실한 친구가 되어 주니 고독을 느낄 까닭이 없다.

 

5언고시. 압운은 衣, 稀 자로 평성 ‘미(微)’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仄仄仄仄仄, 仄平平仄平, 仄仄仄平仄, 仄平平仄平’으로 이사부동은 첫 구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첫 구가 측성으로만 짜여져 둘째 구의 반법도 온전치 못하고 셋째 구에서 점법이 되지 않아, 평운으로 압운하기는 했으나 절구(絶句)라 할 수 없는 것이다.

                                                                                                (한시작가작품사전, 국학자료원 참조)

Bertie Higgins - Casablan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