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이백(李白)

높은바위 2015. 6. 29. 20:07

 

 

                 추포가(秋浦歌)  - 17수 中 제1, 15수

 

秋浦長似秋(추포장사추)                        추포1)는 늘 가을 같아,

蕭條使人愁(소조사인수)                        그 쓸쓸함이 사람을 못내 시름겹게 하네.

客愁不可度(객수불가탁)                        나그네의 시름은 헤아릴 길 없어,

行上東大樓(행상동대루)                        동편 큰 누대에 올라보니,

正西望長安(정서망장안)                        서쪽으로 똑바로 장안이 바라보이고,

下見江水流(하견강수류)                        밑으로는 강물 흘러감이 보이네.

寄言向江水(기언향강수)                        강물 향해 말 부치노니,

汝意憶儂不(여의억농부)                        너는 날 생각하는가.

遙傳一掬淚(요전일국루)                        내 한 움큼의 눈물을,

爲我達揚州(위아달양주)                        멀리 양주2)까지 실어가 다오.                  <제1수>

 

白髮三千丈(백발삼천장)                        백발이 삼천자나 자란 것은,3)

緣愁似箇長(연수사개장)                        시름 때문에 그런 것인가.4)

不知明鏡裏(부지명경리)                        거울 속의 흰서리는,

何處得秋霜(하처득추상)                        어디에서 얻어온 것인가.                         <제15수>

 

 

------------------------------------------------------------------

1) 추포(秋浦) : 지주부 추포현(池州府 秋浦縣 ; 안휘성 지주지구 귀지시(安徽省 池州地區 貴池市))으로 양자강 남쪽 연안임.

 

2) 양주(揚州) : 지금의 강소성 양주시(江蘇省 揚州市).

                      이백이 유랑하던 곳 중의 하나임.

 

3)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 : 백발이 삼천 길이 되도록 길게 자랐음. 과장법(誇張法)의 예로 많이 인용되는 구절임.

 

4) 사개장(似箇長) : 이렇게 하나하나 자람. 사개(似箇)를 ‘이와 같이’로 보아 ‘이처럼 자랐구나’로 풀이하기도 함.

 

 

 

* 이백이 추포에서 만년을 보내며 지은 연작시(連作詩)로서,

제2수 이후의 몇 수를 보면, ‘추포 원숭이들의 밤 시름에 남쪽 황산(黃山)도 민둥산이 되고, 여기 청계는 농(隴) 땅의 강물 같지 않지만 그래도 애끊는 소리 내며 흐르네. 고향 가고 싶으나 못 가 잠깐 여행한다는 게 오래되고 말아, 언제 가려는가 외로운 배에서 비오듯 하는 눈물.’은 제2수이고,

제3수는 ‘추포의 고운 금타조(錦駝鳥)는 천하에 드물어, 산꿩은 물가에 나와서도 감히 제 모습을 물에 비춰 보지 못하네.’이다.

‘추포에 들어가자 양쪽 귀밑털이 하루아침에 세나니, 원숭이 울음이 백발을 재촉해 머리털이 모두 흰 실이 되는구나.’는 제4수이고,

제5수는 ‘추포에는 흰 원숭이가 많아 마구 날뛰는 게 흰 눈이 날리는 듯한데, 가지 위의 새끼들을 끌고 내려와 물 속의 달을 마시며 희롱하는구나.’이다.

이렇게 추포의 풍물을 읊어 나갔다.

 

제15수는 머리칼은 내 시름 하나에 한 올이 세고 또 하나에 다른 올이 세고 하면서, 시름을 따라 세어가서 드디어 백발이 되고 그 길이가 사람의 키로 3천 길이나 된다.

문득 거울이나 물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고는 알게 된 것인데, 내 언제 어디서 된 가을 서리 맞듯 저리도 백발이 되고 말았나. 깨달을 사이 없이 늙어가는 인생을 한탄한 명시이다.

참고로 제16수를 보면 “秋浦田舍翁 採魚水中宿 妻子張白鷳 結罝映深竹(추포의 노인은 고기 잡으려고 강물 위에서 자고, 아내와 아들은 황새 붙들려고 대숲 깊숙이 그물을 쳐 놓았네)”이고,

끝 수[17수]는 ‘도파(桃波)는 좁은 곳이라 말소리가 분명하게 들리나니, 산의 스님과 몰래 헤어지는데 고개 숙여 흰 구름에 절하는구나.’이다.

 

제1수는 5언고시(5言古詩) 5연 10구로서 압운은 秋, 愁, 樓, 流, 不, 州 자로 평성 ‘우(尤)’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平仄平仄平, 平平仄平平, 仄平仄仄仄, 平仄平仄平, 仄平仄平平, 仄仄平仄平, 仄平仄平仄, 仄仄仄平仄, 平平仄仄仄, 仄仄仄平平’으로 이사부동(二四不同)에 맞는 곳은 제3, 8, 9, 10구이니, 반법(反法)이나 점법(粘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셋째 구의 度은 ‘헤아릴 탁’이고, 여덟째 구의 不는 ‘부’로 읽어 평성 ‘尤’ 운이 된다.

 

제15수는 5언절구(5言絶句)로서 압운은 長, 霜 자로 평성 ‘양(陽)’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仄仄平平仄, 平平仄仄平, 平平平仄仄, 平仄仄平平’으로 이사부동과 반법, 점법 등이 5絶의 평측 배열 규칙에 잘 맞춘 전형적 작품이다.

                                                                                        (한시작가작품사전, 국학자료원 참조)

Sealed With A Kiss (inst.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