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처럼 떠오르는 지리산
지리산은 아직도
피로 물든 민족사를 지울 수 없다.
전사(戰史)의 기록 따라
까마득히 잊고 싶은 이야기들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는
한가락의 장송곡은
강물처럼 흘러갔고
역사의 강물 위를 표류하는
편린(片鱗)은 남아
아직도 악몽처럼 떠오르고 있다.
1949년 이래 5년에 걸친 소백,
지리산지구 공비토벌에서
교전 횟수 만여 회 전몰군경 육천여명
빨치산의 사망자 만 여명이라는 기록,
이 얼마나
몸서리쳐지는 숫자인가.
내 기억 속에 내리는 눈발,
그 속으로 묻혀간 죽음이 찾아준 자유.
그러나 자유는
또 다른 자유를 위해 목이 말랐다.
나의 꽃이여
온 천지에 쌓인 울음을 벗고
별빛처럼 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