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ㅅ

사랑(1)

높은바위 2024. 5. 27. 06:46

 

소중히 여기어 정성을 다하는 마음. 정에 끌리어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그러한 관계. 사랑에는 모성애, 형제애, 이성애, 종교애, 자기애, 운명애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시에 있어 사랑은 주로 대상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을 바탕으로 지고한 사랑에 대한 정신적 고양을 추구하는 동인이 된다.

한편 사랑은 그 좌절로 인한 외로움과 고통스러움, 물질성, 구속성 등의 내적 갈등을 야기하는 삶의 감옥 또는 업(業)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벗은 서름에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죠와라

딸기꽃 피어서 香氣(향기)롭은 때를

苦椒(고초)의 붉은 열매 닉어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김소월, '님과 벗', "진달래꽃", p. 72)

 

질겁고 아름다운 일은 量(양)이 만할수록 조흔 것임니다

그런데 당신의 사랑은 量(양)이 적을수록 조흔가바요

당신의 사랑은 당신과 나와 두 사람의 새이에 잇는 것임니다

사랑의 量(양)을 알랴면 당신과 나의 距離(거리)를 測量(측량)할 수 밧게 업슴니다

그래서 당신과 나의 距離(거리)가 멀면 사랑의 量(양)이 만하고 距離(거리)가 가까우면 사랑의 量(양)이 적을 것임니다

그런데 적은 사랑은 나를 웃기더니 만한 사랑은 나를 울님니다

 

뉘라서 사람이 머러지면 사랑도 머러진다고 하여요

당신이 가신 뒤로 사랑이 머러젓스면 날마다 날마다 나를 울니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여요 (한용운, '사랑의 測量측량', "님의 침묵", p. 38)

 

나는 禪師(선사)의 說法(설법)을 드럿슴니다

'너는 사랑의 쇠사실에 묵겨서 苦痛(고통)을 밧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끊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질거우리라'고 禪師(선사)는 큰소리로 말하얏슴니다

 

그 禪師(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슴니다

사랑의 줄에 묵기운 것이 압흐기는 압흐지만 사랑의 줄을 끊으면 죽는 것보다도 더 압흔 줄을 모르는 말임니다

사랑의 束縛(속박)은 단단히 얼거매는 것이 푸러주는 것임니다

그럼으로 大解脫(대해탈)은 束縛(속박)에서 엇는 것임니다

님이어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가버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드렷슴니다 (한용운, ' 禪師선사의 說法설법', "님의 침묵", p. 78)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업는 것이 아님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紅顔(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白髮(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임니다

 

내가 당신을 긔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업는 것이 아님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微笑(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임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업는 것이 아님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健康(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엄도 사랑하는 까닭임니다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님의 침묵", p. 99)

 

내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이것은 차마 벌써 말씀도 아닌,

말씀이 아닐 것도 없는

구름 없는 하늘에 가 살고 있어요.

 

햇빛의 일곱 빛깔 타고 내려와

구름 속에 묻히어 앉어 쉬다가

빗방울에 싸여서 山茱萸(산수유)에 내리면

산수유꽃 피여서 사운거리고

 

산수유꽃 떨어져 시드시어서

구름으로 날아가 또 앉아 쉬다

프리즘의 무지개를 타고 오르면

구름없는 하늘에서 다시 살아요 (서정주, '내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미당서정주시전집·1", p. 163)

 

사랑은, 사랑하면 할수록

더욱 외로워지는 거

 

한없이 그리워지는

그 그리움을 앓는 거

 

가까이 있어도, 살며시 손을 만져도 (조병화, '사랑·1', "사랑하면 할수록", p.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