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백거이(白居易)

높은바위 2015. 7. 25. 09:45

 

 

                      장한가(長恨歌)1)  긴 탄식의 노래

 

漢皇重色思傾國(한황중색사경국)              한(漢)의 황제는2) 미모를 중히 여겨 경국지색(傾國之色)을3) 구하더니,

御宇多年求不得(어우다년구부득)              나라 다스린 지 오래도록 얻지 못했네.

楊家有女初長成(양가유녀초장성)              양(楊)씨 댁에 딸이 있어4) 갓 장성했으나,

養在深閨人未識(양재심규인미식)              깊은 규중에서 자라 아무도 알지 못하더라.

 

天生麗質難自棄(천생여질난자기)              하늘이 내린 아리따운 자태는 그대로 버려지지 못해,

一朝選在君王側(일조선재군왕측)              하루아침에5) 뽑혀 임금 곁에 올랐더라.

回頭一笑百媚生(회두일소백미생)              고개 한 번 돌려 웃으면 백 가지 교태 나니,

六宮粉黛無顔色(육궁분대무안색)              육궁(六宮)의6) 모든 미녀들 무색해지고7) 말았다네.

 

春寒賜浴華淸池(춘한사욕화청지)              봄 쌀쌀한 날에 화청궁(華淸宮)의 온천 목욕,

溫泉水滑洗凝脂(온천수활세응지)              온천 물은 희고 살결은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侍兒扶起嬌無力(시아부기교무력)              몸종의 부축으로 일어나니 한없이 요염한 자태,

始是新承恩澤時(시시신승은택시)              비로소 새로이 천자님의 사랑을 받을 때.

 

雲鬢花顔金步搖(운빈화안금보요)              구름같은 머리칼, 꽃다운 얼굴, 황금비녀,

芙蓉帳暖度春宵(부용장난도춘소)              부용꽃 방장에서 따뜻한 봄밤을 지냈다.

春宵苦短日高起(춘소고단일고기)              봄밤은 너무나 짧구나, 해가 이미 높이 올랐구나.

從此君王不早朝(종차군왕불조조)              이때부터 황제께서는 조회에 나오지 않으셨다.

承歡侍宴無閒暇(승환시연무한가)              비위를 맞추고 잔치에 모시느라 틈이 없으니,

春從春遊夜專夜(춘종춘유야전야)              봄에는 봄놀이 따르고 밤에는 밤을 독차지 했다.

 

後宮佳麗三千人(후궁가려삼천인)              후궁에는 아름다운 미인 삼천 명이 있었지만,

三千寵愛在一身(삼천총애재일신)              삼천 궁녀 몫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오.

金屋粧成嬌侍夜(금옥장성교시야)              황금의 궁전에서 화장을 마치고 기다리는 밤,

玉樓宴罷醉和春(옥루연파취화춘)              백옥의 누각에서 잔치 끝나면 취해 하합하는 봄.

 

姉妹弟兄皆列土(자매제형개열토)              형제자매 양귀비 덕으로 봉토를 나누어 받아,8)

可憐光彩生門戶(가련광채생문호)              아아 광채가 그 일가에 비추었으니.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              마침내 세상 부모들 마음에,

不重生男重生女(부중생남중생녀)              아들을 중히 여기지 않게 하고9) 딸 낳음을 소중히 여기게 했네.

 

驪宮高妻入靑雲(여궁고처입청운)              여산(驪山)의 이궁은 높아라, 구름 속에 솟았는데,

仙樂風飄處處聞(선락풍표처처문)              신선의 음악은 바람 따라 곳곳에 들렸다.

緩歌慢舞凝絲竹(완가만무응사죽)              느린 가락, 조용한 춤에 엉겨드는 피리와 거문고,

盡日君王看不足(진일군왕간부족)              황제는 온종일 보시고도 싫증을 모르셨다.

漁陽鼙鼓動地來(어양비고동지래)              어양(漁陽)에서 일어난 북소리 대지를 울리며 다가오니,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              크게 놀라 연주되던 예상우의곡 소리가 끊기었다.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와 먼지가 피어오르니,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행)              일천 수레와 일만 기병은 서남쪽으로 출발했다.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행부지)              비취 깃발 휘날리며 가다가 멎고,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              장안 서쪽으로 도정문을 나서기 백리 남짓,

六軍不發無奈何(육군불발무내하)              군사들10) 꼼짝 않고11) 양귀비를 처단하라 하니 어쩔 수 없어,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아리따운 그 모습 군마(軍馬) 앞에서 죽고 말았네.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              황금 꽃 모양의 비녀는 땅에 떨어진 채 거두는 사람 없고,

翠翹金雀玉搔頭(취교금작옥소두)              비취 깃털, 공작 비녀, 옥비녀 따위 장식품도 마찬가지였어라.

君王俺面救不得(군왕엄면구부득)              황제도 얼굴 가리고 구해주지 못하셨다.

回看血淚相和流(회간혈루상화류)              돌아보는 그 얼굴에는 피 눈물이 흘렀다.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삭)              누런 먼지 자욱하고 바람은 스산하게 부는데,

雲棧縈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              구름 사이 잔도(棧道)로, 구불구불한 길로 검문관(劍門關)에 올랐다.

峨眉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행)              아미산(峨眉山)기슭에는 지나는 사람도 드물고,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              빛 잃은 깃발에 햇볕도 바랬다.

 

蜀江水碧蜀山靑(촉강수벽촉산청)              서촉(西蜀) 땅의 강물 푸르고, 산 빛마저 파란데,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              황제는 비통한 심정 밤과 낮으로 이어졌다네.

行宮見月傷心色(행궁견월상심색)              행궁에서 보이는 달도 상심하는 기색이요,

夜雨聞鈴膓斷聲(야우문령장단성)              밤비에 울리는 풍경 방울 소리 간장을 에이는구나.

 

天旋地轉廻龍馭(천선지전회용어)              천하의 정세가 일변하니 어가(御駕)가 돌아섰다.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불능거)              귀비가 죽은 곳에 이르자 머뭇거리며 나아가지 못하니,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이토중)              마외역(馬嵬驛) 고개, 그 언덕 아래 진흙 속에,

不見玉顔空死處(불견옥안공사처)              옥같은 얼굴은 볼 수 없고, 죽은 곳만 공허하구나!

君臣相顧眞霑衣(군신상고진점의)              황제와 신하는 서로 보며 모두 옷깃을 적셨다.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              동쪽으로 도성의 문을 향해 말이 가는 대로 따라갔다.

 

歸來池苑皆依舊(귀래지원개의구)              돌아오니 연못도 동산도 옛날 그대로이고.

太液芙蓉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太液池)의 부용꽃, 미앙궁(未央宮)의 버들잎,

芙茸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              부영꽃은 그녀 얼굴 같고, 버들잎은 그녀 눈썹 같으니,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불루수)              이를 보고 어이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요.

 

春風桃李花開日(춘풍도리화개일)              봄바람에 복숭아꽃 살구꽃 피는 날이나,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엽락시)              가을비에 오동잎 쓸쓸히 떨어질 때,

西宮南苑多秋草(서궁남원다추초)              서궁과 남쪽 정원에는 가을 풀이 무성하고,

落葉滿階紅不掃(낙엽만계홍불소)              낙엽이 섬돌에 쌓여도 아무도 쓸지 않네.

梨園弟子白髮新(이원제자백발신)              이원(梨園)에서 기예를 익히던 제자들도 백발이 성성하게 나고,

椒房阿監靑娥老(초방아감청아로)              초방과 아방의 젊은 궁녀들도 푸른 눈썹 늙었다.

 

夕展螢飛思憔然(석전형비사초연)              저녁 궁전에 반딧불 날아드니 귀비 생각에 처량하고,

孤燈挑盡未成眠(고등조진미성면)              외로운 등잔, 돋운 심지 다 타버려도 잠 못이룬다.

遲遲鐘鼓初長夜(지지종고초장야)              느릿느릿 종소리가 들려오니, 밤이 긴 것을 알겠도다.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              반짝이는 은하수 하늘가에 날이 새려고 하는 구나.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랭상화중)              싸늘한 원앙 기와, 서리꽃 겹쳐있고,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              차가운 비취이불 누구와 함께 잘까?

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              아득하구나 생사, 이별이 해를 넘기는데,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내입몽)              혼백은 아직 꿈에서조차 찾아오지 않았다.

 

臨邛道士鴻都客(임공도사홍도객)              임공(臨邛)의 도사, 양통유가 낙양성 홍도문에 머물었는데,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정신을 집중하면 혼을 불러낸다고 하네.

爲感君王輾轉思(위감군왕전전사)              전전긍긍 잠 못이루는 군왕을 감동시키기 위해,

遂敎方士殷勤覓(수교방사전근멱)              드디어 방사(方士)로 하여금 은근하게 찾도록 했다.

 

排雲馭氣奔如電(배운어기분여전)              방사는 바람을 밀치고, 대기를 타고 번개처럼 달려가서,

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              하늘에 오르고, 땅속에 들어가 샅샅이 찾았다.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락하황천)              위로는 벽락(碧落)까지, 아래로는 황천(黃泉)까지 찾았으나,

兩處茫茫皆不見(양처망망개불견)              두 곳 모두 넓고 넓어, 혼을 찾을 수가 없었다.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갑자기 들리기를, 바다위에 신선의 산이 있단다.

山在虛無縹渺間(산재허무표묘간)              그 산은 까마득한 허공사이에 있단다.

 

樓閣玲瓏五雲起(누각영롱오운기)              영롱한 누각에 오색구름이 일어나는데,

其中綽約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              그 가운데 얌전한 선녀들이 많다고.

中有一人字太眞(중유일인자태진)              가운데 한 사람 이름이 태진(太眞)이라니,

雪膚花貌參差是(설부화모참치시)              백설 같은 살결과 꽃 같은 얼굴이 양귀비와 비슷하다 했다.

 

金闕西廂叩玉扃(금궐서상고옥경)              황금 대궐 서쪽 별당의 백옥 대문을 두드려,

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              소옥(小玉)으로 하여금 쌍성(雙成)이란 시녀에게 전달하게 하였네.

聞道漢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              한(漢)나라 황제의 사신이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九華帳裏夢魂驚(구화장리몽혼경)              꽃무늬 흐드러진 방장 속에서 태진은 놀라 꿈을 깨었다.

 

攬衣推枕起徘徊(남의추침기배회)              옷깃을 여미며 베개를 밀치며 일어나 서성거리니,

珠箔銀鉤迤邐開(주박은구이리개)              진주로 꾸민 발과 은 병풍을 하나하나 열고 나왔다네.

雲鬢半偏新睡覺(운빈반편신수각)              구름처럼 치켜 올린 머리는 막 잠깨어 반쯤 흩어졌고,

花冠不整下堂來(화관부정하당래)              화관을 매만지지도 못하고 당 아래로 내려왔네.

 

風吹仙袂飄飄舉(풍취선몌표표거)              바람에 선녀의 소맷자락 팔랑팔랑 나부끼니,

猶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              마치 "예상우의" 곡에 맞추어 춤추는 듯하였다오.

玉容寂寞淚闌乾(옥용적막누난간)              옥 같은 얼굴 쓸쓸한데 눈물 줄줄 흘리니,

梨花一枝春帶雨(이화일지춘대우)              배꽃 가지가 봄비를 머금은 듯하여라.

 

含情凝睇謝君王(함정응제사군왕)              정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사신을 보며 황제께 감사하며 말하기를,

一別音容兩渺茫(일별음용양묘망)              “이별 후 천자의 목소리와 모습이 모두 흐릿해졌사옵니다.

昭陽殿裏恩愛絶(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천자의 사랑을 받았으나 그것도 끊어졌고,

蓬萊宮中日月長(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에서 보낸 행복했던 세월이 이미 오래되었나이다.

廻頭下望人寰處(회두하망인환처)              머리를 돌려 아래로 사람이 사는 곳 내려다 보았사오나,

不見長安見塵霧(불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먼지와 안개만 자욱하옵나이다.”

 

唯將舊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              오직 천자가 주신 옛 물건으로 소첩의 깊은 정을 표시하려 한다네.

鈿合金釵寄將去(전합금차기장거)              나전 자개상자와 금비녀를 주며 가져가라 하고,

釵留一股合一扇(차류일고합일선)              금비녀 한 가락, 나전 상자 한쪽 모두 반만 나누어,

釵擘黃金合分鈿(차벽황금합분전)              비녀는 황금을 떼내고, 나전 상자는 자개를 갈라내었다네.

但敎心似金鈿堅(단교심사금전견)              우리 마음, 본래 하나였던 이 비녀와 나전처럼 굳기만 하노라,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              언젠가 천상이든 인간 세상이든 만날 날이 있겠지요.

 

臨別殷勤重奇詞(임별은근중기사)              헤어질 무렵 간곡히 다시 전할 말 부탁했는데,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양심지)              거기에는 두 사람만 아는 맹세가 있었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석에 궁궐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아무도 없는 야밤에 은밀히 속삭였던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나는 새가 되거든 남방의 비익조같이12) 함께 날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나무가 되거든 연리지가13) 되어 떨어지지 말자”던 임금님 말씀.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천지는 유구(悠久)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緜緜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마음속 이 한은 끊일 때가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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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한가(長恨歌) : 당 현종(唐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사랑과 비극을 주제로 한 담화체(譚話體) 서사장시(敍事長詩).

백거이가 진홍(陳鴻), 왕질부(王質夫)와 함께 선유사(仙遊寺)에 유람할 때, 양귀비의 이야기가 나와 왕질부가 백거이더러 이 희귀한 이야기를 시로 읊으면 어떻겠느냐 하여 지었고, 진홍은 양귀비의 전기소설(傳記小說)을 썼다 하며, 시 끝구의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에서 따서 ‘長恨歌’라 했음.

 

2) 한황(漢皇) : 한(漢) 나라 무제(武帝).

사실은 당의 현종이지만 현종은 당시 왕조의 임금이므로 이전의 한 무제와 이부인(李夫人)의 사랑 이야기로 가탁(假托)한 것임.

 

3) 경국(傾國) : 그 매력이 나라를 기울어지게 할 만큼 아름다운 절세의 미인.

한의 이연년(李延年)이 제 누이인 이 부인을 임금에게 천거한 노래에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一顧傾人城 二顧傾人國 寧不知傾城與傾國 佳人難再得(북방에 미인이 있으니, 더 없을 만큼 뛰어나 우뚝하네. 한 번 돌아보면 성곽이 기울어지고, 두 번 돌아보아 반하게 되면 나라도 기울어져 망한다네. 제후의 성이나 임금의 나라가 망하게 됨을 어찌 알지 못하랴마는, 이러한 미인은 다시 얻기 어려우리)”라고 읊은 데서 온 말임.

경국지색(傾國之色). 경국지미(傾國之美).

 

4) 양가유녀(楊家有女) : 양씨 집안에 딸이 있음.

곧 양귀비를 말하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홍농화음(弘農華陰) 출신의 양염(楊琰)으로 촉(蜀)의 사호(司戶)를 지내, 양귀비는 촉에서 태어나 이름이 옥환(玉環)으로 어려서 하남부사조(河南府士曹)인 숙부 현규(玄珪) 밑에서 자랐다 함.

 

5) 일조(一朝) : 하루아침.

양옥환 곧 양귀비는 현종 개원(開元) 28년에 궁중에 들어왔고 현종은 그 때 나이 58세였음.

 

6) 육궁(六宮) : 천자의 후비부녀(后妃婦女)의 궁전.

천자는 황후 외에 비빈어(妃嬪御) 등 다섯 후궁을 거느렸음.

 

7) 무안색(無顔色) : 면목(面目)이 없음.

보잘 것 없이 무색함. 안색은 ‘얼굴빛. 면목’임.

 

8) 열토(列土) : 영지(領地)가 잇달아 있음. 많은 땅을 다스림.

‘분봉국(分封國)의 제후가 됨’을 뜻하는 데, 양귀비의 큰언니는 한국부인(韓國夫人), 셋째는 괵국부인(虢國夫人), 여덟째는 진국부인(秦國夫人)이 되었고, 사촌오빠 섬(銛)은 홍로경(鴻艫卿), 기(錡)는 부마도위(駙馬都尉), 육촌오빠 쇠(釗, 후의 국충國忠)는 정승이 되었으며, 그 밖의 일가친척들도 황실과 인척 관계를 맺었다고 함.

 

9) 부중생남(不重生男) : 아들 낳음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음.

당시의 민요에 “男不封侯女作妃(사내는 제후로 봉책 받지 못해도 딸은 왕비가 될 수 있네)”라 했음.

 

10) 육군(六軍) : 천자의 군대. 육사(六師). 1군은 12,500명인데 거느릴 수 있는 한도에 있어서는 천 자가 6군, 큰 나라는 3군, 중간 나라는 2군, 작은 나라가 1군이었음. <주례 지관(周禮 地官)>

 

11) 불발(不發) : 떠날 길을 떠나지 않음.

안록산의 반란이 양귀비로 하여 일어났다 하여 그녀를 처단하라고 근위병 사령관 진현례(陳玄禮)가 주장하여 행군을 멈추었던 일을 말함.

 

12) 비익조(比翼鳥) : 황하 서쪽의 숭오산(崇吾山)에 사는 새.

물오리와 같은 모양인데 청적색이며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밖에 없어서 혼자서는 날 수 없고, 한 쌍이 합쳐야 날 수 있는데, 사람의 눈에 띄면 천하에 큰 홍수가 난다고 함.

겸겸조(鶼鶼鳥). <산해경 서차삼경(山海經 西次三經)>

 

13) 연리지(連理枝) : 서로 다른 나뭇가지가 맞닿아 결이 통하여 하나로 된 가지.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

춘추시대 진(晉)의 조간자(趙簡子)가 나루터 아전(衙前)의 딸을 소실로 데려오니, 그의 처가 청릉대(靑陵臺)에서 떨어져 자결했는데 후에 그 부부의 무덤이 따로 있었으나, 두 무덤에서 나무가 나고 가지가 서로 향해 뻗어가 하나로 합치더라고 함.

 

 

 

* 백거이(白居易 : 772-846)는 중당(中唐) 최고의 시인으로 이백, 두보와 함께 당 나라 3대시인(3大詩人)의 한 사람이다.

자는 낙천(樂天)이며, 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이다.

섬서성 하규(下邽, 위남渭南) 사람으로, 부(父)는 팽성현령 계경(彭城縣令 季慶)이다.

대여섯 살 때 시 짓기를 배웠고, 15세에 장안에 와서 고황(顧況)에게 시를 보이니 감탄하더라 한다.

29세에 진사(進士), 35세에 제책(製策) 과거에 4등으로 뽑혔고, 한림학사, 좌습유(左拾遺)를 지냈다.

40세에 경조부판사(京兆府判司)를 자청하여 모친상을 복상하고, 헌종 원화(憲宗 元和) 9년(814) 43세에 태자좌찬선대부(太子左贊善大夫)가 되었다.

 

원화 10년 재상 무원형(武元衡)이 오원제(吳元濟) 등 반도들이 보낸 자객에게 살해되자 백거이는 역적들의 체포를 상소했으나, 조정에서는 그가 간관직(諫官職)이 아니면서 상소했다는 죄명으로 강주사마(江州司馬)로 좌천시키니 이 때 유명한 ‘비파행(琵琶行)’이 이루어졌다.

 

원화 13년(818) 47세에 충주자사(忠州刺史, 현 중경시충현重慶市忠縣), 이듬해에 상서사문원외랑(尙書司門員外郞), 주객낭중지제고(主客郎中知制誥)로 임명되었고, 이후 조산대부(朝散大夫), 중서사인지제고(中書舍人知制誥), 항주자사(杭州刺史), 좌서자(左庶子), 소주자사(蘇州刺史), 비서감(秘書監), 형부시랑(刑部侍郞) 등을 거쳐 문종 태화(文宗 太和) 3년(829)에 관직을 사퇴하고, 낙양으로 돌아와 태자빈객(太子賓客), 하남윤(河南尹)이 되었다가 75세로 사거하니 상서우복야(尙書右僕射)에 추증되었다.

 

백거이는 민중의 편에 서서, 민중의 언어로, 민중의 노래를 부른, 민중의 시인이다.

백거이가 태어난 시기는 중국 시문학의 절정인 성당(盛唐)이 막 지나간 시기이니, 이백(李白)이 죽은 지 10년, 두보(杜甫)가 죽은 지 2년째 되는 해였다.

 

백거이의 집안은 대대로 관리였다.

그러나 겨우 지방관 정도의 낮은 계층일 뿐, 결코 명문은 아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가난을 맛보았으나 열심히 공부했다.

젊어서 진사(進士)로 급제한 뒤, 여러 벼슬을 거쳐 형부상서(刑部尙書)의 직함을 얻고 75세의 나이로 생애를 마쳤다.

시인으로서는 드물게 출세가도를 달린 사람이라고 하겠다.

 

백거이는 수다(數多)한 시가(詩歌)를 지어 당시의 정치의 난맥이나 사회의 혼미를 지적하고, 민중의 가난한 살림을 호소했다.

그것은 민중의 괴로움을 무시한 권력자들의 횡포·타락에 대한 분노를 나타낸 것인데 다만 단순한 충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확실한 주장에 근거를 둔 행위였다.

 

그는 첫째, 문학은 최고의 의의와 가치를 가진 것, 결코 유희적인 심심파적거리가 아니라고 보았다.

문학의 사명은 현실의 정치를 자세히 살피어 민중의 불만을 건설적으로 반영시키는데 있다고 했다.

둘째, 중국의 문학은 시대를 내려오는 동안 이러한 중요한 사명을 망각하고 탐미적이고 개인적이고 낭만적인 길을 걸어왔다고 보았다.

그는 사령운·도연명의 산수·전원문학은 무용한 것이고, 이백도 중시하지 않고, 다만 두보(杜甫)·장적의 사회시만 높이 평가했다.

즉 그의 이러한 평가는 문학사상의 입장에 기반을 두었지 예술적 가치를 표준으로 삼지는 않았다.

셋째, 과거의 문학에 대해서 이처럼 불만스럽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문학을 개혁하려고 결심했다.

 

문학의 첫째 의의는 사회적이고 실용적인 효능을 다하는데 있는 것이므로 문자의 수사적인 아름다움은 젖혀놓고 내용의 충실성을 요구했으며, 결론적으로 문장이나 시가는 현실적인 문제에 맞추어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주장에 따라 그는 풍유시(諷諭詩)를 172수나 지었다.

 

그의 시는 평민을 위한 시인의 모습을 지니어, 시가 이루어지면 동네 노파에게 보여 이해하지 못하면 쉬운 말로 고쳐 지으니 시구(詩句)가 알기 쉽다는 평을 받으며, 그는 자신의 시를 풍유(諷諭), 한적(閒適), 감상(感傷), 잡률(雜律)의 넷으로 분류했다.

 

원진(元稹)과 병칭되어 ‘元白’, 유우석(劉禹錫)과 병칭되어 ‘劉白’이라 불리었고, 신악부(新樂府)를 지어 사회를 풍자하고 도의를 세우려 했기로 ‘광대교화주(廣大敎化主)’라고도 했다.

 

저서에 ‘백씨문집(白氏文集, 75권)’ ‘백향산시집(白香山詩集, 40권)’이 있고, ‘장한가(長恨歌)’와 ‘비파행’은 불후의 명작이다.

 

이 시, ‘장한가(長恨歌)’는 낭만적이요, 서정적이면서 서사적인 작품이다.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부분은 양귀비가 총애를 받고,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 양귀비가 죽는 장면,

둘째 부분은 양귀비를 잃고 난 후의 현종의 쓸쓸한 생활,

셋째 부분은 죽어서 선녀가 된 양귀비와 만나보는 장면으로 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작가적인 상상력을 최대한 드러내 애절함을 고조시킨다.

 

그 이야기 줄거리를 대강 살펴본다.

처음에 양귀비가 궁중에 등장하니 그 미모는 천하절색으로 육궁에서 으뜸이요, 현종 임금의 총애는 극진하였다.

그녀의 영화와 환락과 행복한 생활 속에 돌연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 피난 중 마외파(馬嵬坡)에서 군사들의 강력한 요구로 양귀비는 죽음을 당한다.

현종은 촉 지방의 행궁에서 양귀비를 그리워하는 비탄에 잠기고, 수복된 서울에 돌아와서는 더욱 그녀에의 그리움과 추모의 정으로 편히 잠드는 날이 없게 된다.

임금의 이러한 심정을 안타까워한 도사(道士)가 방술(方術)로 양귀비의 영혼을 찾아 현종의 마음을 전하니, 그녀는 궁중에서 쓰던 비녀와 장식품을 내보이며 마음만 굳으면 천상(天上)과 인간사이지만 만날 수도 있다면서, 생전에 장생전(長生殿)에서 칠석날 밤, 임금이 그녀에게 몰래 서약한 “우리가 만약 새가 되거든 비익조가 되고 나무가 되거든 연리지가 되어 떨어지지 말자.”는 말을 했다.

이 시는 천하에 유행하여 백거이를 장한가주(長恨歌主)라 불렀다고 하며 후세에까지 소설로, 희곡으로 개작되었다.

 

가행체 7언고시 장편(歌行體 7言古詩 長篇)으로서, 전 60연[120구]이다.

압운은 여러 운으로 바뀌었고, 평측이 고르지 못하다.

이는 고시인데다가 840자의 장편이니 어쩔 수 없었겠다.

 

                                  (한시작가작품사전, 국학자료원 참조)

邓丽君(등려군) - 月亮代表我的心(월량대표아적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