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ㅂ

바람(風)(2)

높은바위 2025. 2. 26. 06:34

 

기압의 변화로 일어나는 대기의 흐름. 바람은 가변성과 역동적 속성으로 인해 인간의 존재성을 일깨워주는 촉매가 되는가 하면 자유와 방황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편 바람은 수난과 역경, 시련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바람은 어떤 대상이나 이성에 마음이 이끌려 들뜬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일 좋은 것 하나라면

그거야 바람이지

계집보다도

계집에겐 사내보다도 바람이지

바람 알지? (고은, '旅愁여수', "고은시전집· 1", p. 320)

 

 

꼭 군불 때기에 적당한 가쟁이와

돌바람이 몰아치는

虛虛(허허)한 주위에서 (이탄, '集魚燈집어등', "잠들기 전에", p. 37)

 

 

가을이라 해도 내게는

따로 볼일이 없는데

정신의 허허벌판을 막고 있는

마음의 문짝이 덜컹거리는

덜컹거린다 요란하게 덜컹거리는

이 가을

 

나는 몸살밖에는 아는 것이 없지만

무럭무럭 자라거라

내 마음의 문 안에서

슬픔을 담당하는 그리움이여 (이세룡, '바람부는 날', "빵", p. 64)

 

 

땡전 한푼 없이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고 오늘은 실직의 바람이 분다 (최영철, '이 저녁에 땡전 한푼 없이',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p. 74)

 

 

바람이 분다. 보라, 그러나 바람은 인간의 마음으로 불지 않고

미안하지만 바람의 마음으로 바람이 분다. (오규원, '바람은 바람의 마음으로-발레리에게', "희망 만들며 살기", p.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