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경을 치다

높은바위 2025. 3. 21. 06:46

 

"비상계엄의 내란에 연관된 반국가세력의 민주주의 체제전복 위협을 시도했던 사람들은 모조리 경을 쳐야만 했다."

"그 울뚝 성미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 경을 칠 일을 만나고 말지."

 

'경을 치다'는 호된 꾸지람이나 나무람을 듣거나 벌을 받는다는 뜻이다.

옛날에 밤 시간을 알리는 한 방법으로 경(更)에는 북을 치고, 점(點)에는 꽹과리를 쳐서 시간을 알렸다.

 

경은 하룻밤을 초경, 이경, 삼경, 사경, 오경의 다섯으로 나누었다.

삼경은 지금으로 치면 밤 12시 전후이고, 이때에는 북을 28번 치는데 이것을 인정(人定)이라 하며, 인정이 되면 도성의 사대문을 걸어 잠그고 일반인의 통행을 금지시켰다.

 

수상한 사람이 인정 이후에 돌아다니다 순라군에게 잡히면 순포막으로 끌려가서 여러 가지 심문을 받은 후, 죄가 없으면 오경(五更) 파루(罷漏) 친 뒤에 풀려났다.

이런 사실에서 인정 이후 순포막에 끌려갔다가 파루 친 뒤까지 순포막에서 경을 치르고 나왔다는 데서 '경을 치다'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

 

또 다른 '경을 치다'의 유래는, '경형(黥刑)'이라는 형벌에서 유래된 말이다.

경형이란 조선 시대에 죄인의 이마나 팔뚝 등에 홈을 내어 먹줄로 죄명을 찍어 넣던 형벌이었다.

쉽게 말해 한국판 주홍글씨라 할 수 있다.


경형은 원래 중국에서 행하던 오형(五刑)의 하나였다.
오형에는 경형 외에도 죄인의 생식기를 없애는 '궁형', 목을 베는 '대벽', 발꿈치를 베는 '비형', 코를 없애는 '의형'이 포함된다.

경형이 없어진 이후 '경(黥)'이란 말은 호된 꾸지람이나 심한 고통이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으며, '경을 치다'는 혹독하게 벌을 받거나 아주 심한 상태를 못마땅하게 여겨 이르는 말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