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가시버시

높은바위 2025. 2. 24. 06:46

 

"그와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가시버시가 되었다."

"임실댁! 가시버시 차려입고 나선 걸 보니 친정 나들인가 보제?"

 

'가시버시'는 다음 국어사전에, '부부를 정답게 또는 귀엽게 부르는 말', '부부를 홀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사전에도 이렇게 상반된 뜻이 공존한다.

'홀()하다'라는 뜻이 '대수롭지 않다', 조심성이 없고 행동이 가볍다'란 뜻이기 때문이다.

 

낱말의 뜻을 국어사전이 잘못 풀이하면, 바로 잡을 길이 없다.

'가시버시'가 바로 그런 꼴이 되어 있다.

 

1. 부부.

2. '부부'를 속되게 이르는 말.

3.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말.

 

세 개의 국어사전이 '가시버시'를 이렇게 풀이해 놓았는데 모두 잘못 풀이한 것이다.

우선 '속되게 이르는 말'이니 '낮잡아 이르는 말'이니 하는 것부터 잘못 짚은 것이다.

두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속되다', '낮잡다'는 것은 곧 상스럽다는 뜻임에 틀림없다.

'똥'은 상스럽지만 '분'은 점잖고, '논밭'은 상스럽지만 '전답'은 점잖고, '달걀'은 상스럽지만 '계란'은 점잖고, '어버이'는 상스럽지만 '부모'는 점잖고, '집안'은 상스럽지만 '가문'은 점잖다고 우리는 줄기차게 가르쳤다.

 

'가시버시'는 보다시피 '가시' '버시'가 어우러진 말이다. 

먼저, '가시'는 요즘 말로 '아내'. 

'각시'라는 말이 바로 '가시'.

'버시'는 '벗이'.

'벗이' '벗'에 주격 조사 '이'가 붙은 것이 아니고, '벗'에 서술격 조사 '이다' '이'만 붙은 것이다.

 

그러니까 '가시버시' '각시를 벗하여', '각시와 벗하여', '각시를 벗 삼아', '각시를 벗으로' 이런 뜻을 지닌 낱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