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남도 고흥(高興) 앞바다 다도해에 <쥐섬>이란 무인도가 있다.
이 쥐섬에만은 소의 방목(放牧)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고양이만큼 한 쥐들이 소를 잡아먹기 때문으로 알고 있었다.
이 쥐섬에 대해 이런 우스개 이야기가 이 지역에서 채집되었다.
옛날에 흥양(興陽=高興의 옛 이름) 사람들은, 매일같이 관가에 소 한 마리씩을 바치게끔 되어 있었다.
어느 하루 그 고을 백성이 빈손으로 관가에 들어섰다.
고을원이 "왜 소가 없느냐"라고 물으니까, 호주머니 속에서 쥐 한 마리를 꺼내놓으며 "여기 소를 가져왔습니다" 하였다.
"그것이 무슨 소냐"고 물으니까, "쥐섬에서 소를 잡아먹고 자란 쥐이기에 소나 같습니다" 하였다.
관리의 가렴주구에 대한 통쾌한 익살이다.
중국문헌인 《소부(笑府)》에도 이와 동계열의 소화(笑話)가 있다.
한 원의 생일날에 아전들이 돈을 모아 황금으로 쥐를 만들어 아부하였다.
이 상관은 쥐띠였기 때문이다.
상관은 기분이 좋아 말하길, "너희들 모두 알고 있겠지. 내 안사람의 생일이 곧 닥치는데 그 사람은 소띠란 말이야..." 하였다.
일본 소화문헌(笑話文獻)인 《낙견두(樂牽頭)》에도 동계열의 것이 있다.
쥐해가 다 저물어가는 어느 날 원이 길 옆에 지나가는 쥐를 보고 아전들에게 잡아다가 자기 집 뒤안에 모시라고 분부하였다.
의아해하니까 쥐해에 쥐를 대하는 예절이라 하였다.
아전들은 해가 바뀌면 이제 소를 몰아다 바쳐야 하니 소도둑이 되란 말인가고 땅을 치고 울었다.
똑같이 관리들의 가렴주구를 풍자한 같은 계열의 이야기지만 중국문헌이 한국, 일본으로 전파되면서 각기 그 나라의 지질답게 변질되고 있음은 자못 흥미롭다.
일본 것은 교활하고 음모적이며, 중국 것은 탐욕하고 잔꾀가 없는데 비해, 한국 것은 소박하고 익살스럽다.
일본 것은 도전적이며 진보적이며 다혈질인 기질에 동화된 표현이요, 중국 것은 수동적이고 보수적이며 담즙질인 그 기질에 동화된 표현이다.
한국 것은 그 중간 기질에 동화된 표현이다.
중국 것을 음성으로, 일본 것은 양성으로 통칭하면, 한국 것은 양음복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