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에머슨

높은바위 2015. 4. 28. 07:15

 

 

              로도라꽃

 

5월, 바닷바람이 우리 사는 벽지에 불어들 무렵

나는 숲에서 갓 피어난 로도라꽃을 보았나니

습지의 한 구석에 그 잎 없는 꽃을 많이 피워

들판과 느릿하게 흐르는 강물에 기쁨을 주고 있다.

 

웅덩이에 떨어진 보라색 꽃잎은

시커먼 물을 그 예쁜 빛깔로 환하게 하였다.

여기에는 붉은 새가 깃을 식히러 와서

새의 차림을 무색케 하는 그 꽃을 사모하리라.

 

로도라꽃이여, 만일 세상의 현자들이 네게

왜 이런 아름다움을 땅과 하늘에 낭비하는가 하면

이렇게 말하라 ― 만일 눈이 보라고 만들어졌다면

아름다움은 그것 자체가 존재의 이유라고.

 

왜 여기에 피었느냐, 오오 장미의 경쟁자여

나는 그 질문을 할 생각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오직 단순한 무지로 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여기에 나를 생기게 만든 힘이 너를 생겨나게 했을 것이다 라고.

 

 

 

* 랠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 1803-1882)은 ‘초절주의’란 도덕적 이상주의를 주장한 미국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시인이다.

시인으로서는 낭만적인 낙천 사상에 바탕을 두고 독특한 경지를 개척하였다.

로도라꽃은 윗 사진과 같이 잎이 트기 전에 장미색 꽃이 핀다.

이 시의 주제는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단순한 자연 현상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에머슨 자신도 "아름다움으로 보여지고 느껴지는 자연의 미는 가장 작은 역할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