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프랑스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높은바위 2023. 11. 4. 04:32

 

엘자의 눈

 

너의 눈은 한없이 깊은 심연, 내가 마시려 몸을 굽히면
이 세상 모든 태양들이 그 속에 와 비추이고
모든 절망한 사람들이 죽기 위해 그 속에 몸을 던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너의 눈은 한없이 깊어 나는 거기서 기억을 상실한다

네 눈은 새들 그림자에 거칠어진 대양
짐짓 날씨가 개면 네 눈도 변한다
여름은 천사들의 앞치마를 잘라 구름을 만들고
밀밭 위에 보이는 하늘만큼 푸른 것은 또 없다


바람이 불어 창공 위의 슬픔들을 날려버려도 소용없어
눈물로 빛날 때 네 눈은 창공보다 더 맑아
비 내린 뒤의 하늘도 네 눈을 시새운다
깨진 유리의 틈살보다 더 푸른빛은 없다

칠고의 어머니, 아 젖은 빛이여
일곱 개의 검이 오색의 프리즘을 꿰뚫어 본다
눈물 속에 돋는 해는 더욱 감독이적이며
검은 점이 박힌 홍채는 상복을 입어 더욱 푸르다


네 눈은 불행 속에 이중의 돌파구를 열고
이를 통하여 동방 박사의 기적이 또다시 일어난다
세 박사가 모두 뛰는 가슴 누르고 말 구유에 걸린
성모 마리아의 망토를 보았을 때의 그 기적이


5월에 이 세상 모든 노래, 모든 탄식을 부르기 위한 말에
단 하나의 입이면 족하다
수백만의 별을 담기엔 너무나 좁은 창공
성신들에게는 너의 눈이 그리고 저들의 숨은 쌍둥이 별이 필요했다

아름다운 그림에 도취한 어린애의 벌어진 눈도
너의 눈보다는 크지 못해
나는 네가 큰 눈을 뜰 때 혹시 거짓말을 하는가 싶어
차라리 소나기가 야생의 꽃을 벌린다 하리라

네 눈은 벌레들이 격렬한 사랑을 벌이는 이 라벤더 꽃
그 속엔 번갯불이 숨어 있는가
나는 많은 유성의 그물에 걸렸다
8월의 한중턱 바다에서 죽는 한 수부처럼

나는 우라늄 광석에서 이 라디움을 뽑아냈다
나는 이 금단의 불에 손가락을 태웠다
아, 백 번도 넘게 찾았다 돼 잃은 낙원이여
네 눈은 나의 페루 나의 골콩드 나의 인도 제국

어느 날 저녁 세계는 해적들이 불태운
암초에 걸려 깨졌다
그러나 나는 바다 위에 영롱하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엘자의 눈 엘자의 눈 엘자의 눈

 

​ * * * * * * * * * * * * * *

 

Les Yeux d'Elsa

 

Tes yeux sont si profonds qu'en me penchant pour boire
J'ai vu tous les soleils y venir se mirer
S'y jeter à mourir tous les désespérés
Tes yeux sont si profonds que j'y perds la mémoire

A l'ombre des oiseaux c'est l'océan troublé
Puis le beau temps soudain se lève et tes yeux changent
L'été taille la nue au tablier des anges
Le ciel n'est jamais bleu comme il l'est sur les blés

Les vents chassent en vain les chagrins de l'azur
Tes yeux plus clairs que lui lorsqu'une larme y luit
Tes yeux rendent jaloux le ciel d'après la pluie
Le verre n'est jamais si bleu qu'à sa brisure

Mère des Sept douleurs ô lumière mouillée
Sept glaives ont percé le prisme des couleurs
Le jour est plus poignant qui point entre les pleurs
L'iris troué de noir plus bleu d'être endeuillé

Tes yeux dans le malheur ouvrent la double brèche
Par où se reproduit le miracle des Rois
Lorsque le cœur battant ils virent tous les trois
Le manteau de Marie accroché dans la crèche

Une bouche suffit au mois de Mai des mots
Pour toutes les chansons et pour tous les hélas
Trop peu d'un firmament pour des millions d'astres
Il leur fallait tes yeux et leurs secrets gémeaux

L'enfant accaparé par les belles images
Écarquille les siens moins démesurément
Quand tu fais les grands yeux je ne sais si tu mens
On dirait que l'averse ouvre des fleurs sauvages

Cachent-ils des éclairs dans cette lavande où
Des insectes défont leurs amours violentes
Je suis pris au filet des étoiles filantes
Comme un marin qui meurt en mer en plein mois d'août

J'ai retiré ce radium de la pechblende
Et j'ai brûlé mes doigts à ce feu défendu
Ô paradis cent fois retrouvé reperdu
Tes yeux sont mon Pérou ma Golconde mes Indes

Il advint qu'un beau soir l'univers se brisa
Sur des récifs que les naufrageurs enflammèrent
Moi je voyais briller au-dessus de la mer
Les yeux d'Elsa les yeux d'Elsa les yeux d'Elsa.

 

​ * * * * * * * * * * * * * *

 

*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1897년 10월 3일 ~ 1982년 12월 24일 향년 85세) 1897년 태어났고, 출생지는 분명치 않다.

부모의 비합법적 혼인 관계로 인해 외조모를 법적 어머니로 하여 외가에서 자랐다.

파리의 명문고를 거쳐 가족의 바람에 따라 의대에 진학했으나 작가 생활을 겸하게 되면서 의사의 길을 포기했다.

1920년대 ‘아름다운 시대’에 청년기를 보내면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 기성 권위를 타파하고 현대성의 새로운 형식을 창안하려 한 초현실주의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

그는 시인이자 소설가였고, 무엇보다 진보적인 행동가이기도 했다.

그는 1927년 공산당에 입당했는데, 이후 그는 프랑스 공산당의 문학과 예술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1928년 가을, 그는 신생 소비에트 공화국의 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를 만나고, 이때 그의 처제였던 엘자 트리올레트를 만나게 된다.

그는 엘자를 만나고 얼마 뒤 그녀와 결혼한다.

그리고 2년 뒤 그녀와 함께 소련을 방문하고, 그가 찾아 헤매던 사상을 발견한다.

그는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제1,2차 세계대전에 모두 참전했고, 나치의 프랑스 점령기에는 아내와 함께 레지스탕스 운동에 투신했으며, 평생 프랑스 공산당원으로 활동하면서 문학과 현실 양면에서 격동하는 세계의 전위로서 호흡을 함께했다.

태생에 얽힌 복잡한 가정사, 청년기에 받은 폭발적인 문화운동의 세례, 참전 경험과 레지스탕스 활동, 사회주의혁명기 공산당원으로서의 삶을 모두 문학적 원료로 삼아 현실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초현실주의, 혁명과 시의 결합을 추구했다.

 

그의 시 여러 편이 샹송으로 만들어져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1918년 3월 시와 평론을 발표한 이래 시집 『축제의 불』 『큰 즐거움』 『비통』 『그레뱅 박물관』 『프랑스의 디아나』 『새로운 비통』 『눈과 기억』 『미완성 로망』 『엘자에 미친 남자』 『침실』 등을, 첫 소설 『아니세 또는 파노라마, 로망』을 비롯해 19세기말~20세기초 파리를 그린 ‘현실 세계’ 연작 『바젤의 종』 『아름다운 동네』 『승합차 위의 여행자들』 『오렐리앵』 『공산주의자들』과 『신성한 주간』 『죽임』 『블랑슈 또는 망각』 『앙리 마티스, 로망』 『극장/소설』 『참된 거짓말』 등의 소설을 출간했고, 문체론, 시론, 사회주의 문학론, 에세이 등 다양한 책을 썼다.

1936년 르노도상을, 1957년 국제 레닌 평화상을 수상했고, 1981년에는 프랑스의 최고 훈장인 레종 도뇌르를 받았다.

1982년 85세의 나이로 작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