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와 음악 동영상
허상(虛像)의 자리
높은바위
2025. 6. 20. 06:32
흐르는 곡은,
City - Am Fe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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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虛像)의 자리
高巖
그대,
심연(深淵)이 먼저였다는 걸 기억하는가.
빛은 단지 어둠이 부서진 파편이었고
우린 그 부스러기에
존재를 조각내 걸었을 뿐.
말[言]은 공기를 지나며 부서진다.
귀에 닿기도 전에
이미 반쯤은 죽어 있다.
그러니 우리가 이해했던 건
언제나 착각이었다.
나는 한 번도 나였던 적이 없다.
가면은 벗어지지 않았고
얼굴은 처음부터 없었다.
다만 누군가의 시선이 만든
덧없는 실루엣(silhouette).
절망이란,
더 이상 잃을 것도
기댈 것도 없다는 고요.
그래서 웃었다.
비명을 잊은 입술로.
죽음은 끝이 아니고
삶도 시작은 아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