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와 음악 동영상

허상(虛像)의 자리

높은바위 2025. 6. 20. 06:32

 

흐르는 곡은,

 

City - Am Fenster

 

* * * * * * * * * * * * * * *

 

허상(虛像)의 자리

 

                                                高巖

 

그대,

심연(深淵)이 먼저였다는 걸 기억하는가.

빛은 단지 어둠이 부서진 파편이었고

우린 그 부스러기에

존재를 조각내 걸었을 뿐.

 

[]은 공기를 지나며 부서진다.

귀에 닿기도 전에

이미 반쯤은 죽어 있다.

그러니 우리가 이해했던 건

언제나 착각이었다.

 

나는 한 번도 나였던 적이 없다.

가면은 벗어지지 않았고

얼굴은 처음부터 없었다.

다만 누군가의 시선이 만든

덧없는 실루엣(silhouette).

 

절망이란,

더 이상 잃을 것도

기댈 것도 없다는 고요.

 

그래서 웃었다.

비명을 잊은 입술로.

죽음은 끝이 아니고

삶도 시작은 아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