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ㅈ
자물린
높은바위
2025. 6. 22. 06:32
가라앉은. 사라진. 잠기다. 어떤 일에 몰두하다.
간밤엔 무슨 잔치라도 있었느냐
조롱구슬 같은 별들이 떴다 자물린 흔적
한밤내 울고 간 귀뚜라미의 흰 날기뼈와 부서져 쌓인 音符(음부)들 (송수권, '아침 풀밭', "산문(山門)에 기대어", p. 45)
옛날은 수단 치마폭에 꽃수실 모냥 흘러간
뻐꾹새 울음을
시방 저 실실한 물결 속에 자물리는
한 산맥들을 보는가 (송수권, '續속 山門산문에 기대어', "우리나라 풀이름 외기", p. 84)
한 산맥들은 또 한 산맥들을 불러내어
그 마지막 한 산맥들까지
다 자물리어
푸른 물결로만 잇대어오는 것을 (송수권, '續속 山門산문에 기대어', "지리산 뻐꾹새", p. 74)
대지는 여름 내내 꿈꾼다
길짐승 날짐승이 그 위에 몸을 푼다
입추, 처서 눈썹 끝에 가뭄 홍수 자물린다 (정동주, '신농가월령가', "논두렁에 서서", p. 167)
으스름 저녁 눈발 보면 그대 생각 목마르다
빈 산 넘치는 바람 그대 생각 자물린다 (정동주, 고향· 2', "논두렁에 서서", p.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