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과 양동이
"남편은 아내 몰래 비상금을 꼬깃꼬깃하여 양말 속에 감춰 두었다."
"어머니는 부엌 잿간에 쌓인 재를 양동이에 담아서 밭으로 가져갔다."
'양말'은 '실이나 섬유로 짜서 맨발에 신도록 만든 물건'을 말하고, '양동이'는 '한 손으로 들 수 있도록 손잡이를 단 들통'이다.
'양말(洋襪 / 洋韈)'은 한자어에서 온 말이다.
양말은 '버선'을 나타내던 한국식 한자어 '말(襪/靺)'에 서양에서 들어온 것임을 나타내는 접두사 '양(洋)-'이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따라서 이 말의 본래 의미는 '서양에서 들어온 버선' 혹은 '서양 버선'인데, 현대 국어에서 '襪/靺'이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이를 따로 분석하지 않고 하나의 한자어를 이룬 것으로 보았다.
일본어 한국식 발음인 '바케스[baketsu]'도, 국어에 '동이'라고 하는 물 긷는 데 쓰이는 질그릇의 하나인데, 서양에서 비슷한 것이 들어오니까, 여기에 '양'자를 붙여, '양동이(洋+동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이다.
이같이 '양(洋)' 자를 붙이거나 '서양(西洋)'을 붙여 만든 단어들이 꽤 있다.
이제는 그 뜻도 잘 모르게 변한 것들도 많다.
'양철'(또는 '생철'),
'양순대(소시지)',
'양은(구리, 아연, 니켈의 합금인데, 그 색깔이 '은'과 유사하니까 '양' 자를 붙임)',
'양재기(서양도자기로, '자기'에 '양' 자를 붙여, 다시 'ㅣ'모음 역행동화가 이루어져 '양재기'가 됨),
'양회(洋灰, 시멘트)'
이외에도, '양복(洋服), 양장(洋裝), 양궁(洋弓), 양단(洋緞), 양담배(洋담배), 양란(洋蘭), 양배추(洋배추), 양버들(洋버들) , 양식(洋食), 양옥(洋屋), 양잿물(洋잿물), 양주(洋酒), 양초(洋초), 양코(洋코), 양파(洋파), 양행(洋行), 양화점(洋靴店)'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