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 리(Li-Young Lee)
다른 것이 된다는 건
저녁이 되길 기다리라.
그러면 넌 혼자가 될 것이니.
놀이터가 텅 비길 기다리라.
그러곤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불러내어라,
자신의 눈을 감고 마치 자기가 남에게
보이지 않는 척하는 그를.
네가 모든 비밀을 다 말한 그를.
숨을 수 있는 곳은 모두 자기의 세계로 만드는 그를.
그리고 잊지 마라, 네가 놀라며 큰 소리로 물을 때
말없이 귀 기울였던 그를,
우주는 텅 빈 거울인가? 꽃이 피는 나무인가?
우주는 여자의 잠인가?
하늘의 마지막 파란색을 기다리라
(고향을 그리워하는 네 마음의 색깔인).
그러면 넌 그 답을 알리라.
하늘의 첫 황금빛을 기다리라 (아멘 기도의 색깔인).
그러면 넌 바람이 맨발로 걷는 발걸음을 느끼리라.
그러면 넌 그 이야기를 기억하리라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로 시작하는.
그를 찾는 수색 작업은
벽시계의 길어지는 그림자 속에 진행되네.
그리고 벽시계의 얼굴 뒤의 얼굴은
그의 아버지의 얼굴이 아니네.
벽시계의 분침 뒤의 손은
그의 어머니의 손이 아니네.
모든 시간은 시작하였네, 네 어머니와 아버지가
너에게 준 그 이름들에 네가 처음으로 대답하였을 때.
곧, 그 이름들은 나뭇잎과 함께 여행을 떠날 것이네.
그때는, 넌 바람과 위치를 서로 바꿀 수 있네.
그때는 넌 네 삶을 촛불의 책으로
기억할 것이네,
책의 각 장을 그 자신을 태우는 빛으로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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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e becoming
Wait for evening.
Then you’ll be alone.
Wait for the playground to empty.
Then call out those companions from childhood:
The one who closed his eyes
and pretended to be invisible.
The one to whom you told every secret.
The one who made a world of any hiding place.
And don’t forget the one who listened in silence
while you wondered out loud:
Is the universe an empty mirror? A flowering tree?
Is the universe the sleep of a woman?
Wait for the sky’s last blue
(the color of your homesickness).
Then you’ll know the answer.
Wait for the air’s first gold (that color of Amen).
Then you’ll spy the wind’s barefoot steps.
Then you’ll recall that story beginning
with a child who strays in the woods.
The search for him goes on in the growing
shadow of the clock.
And the face behind the clock’s face
is not his father’s face.
And the hands behind the clock’s hands
are not his mother’s hands.
All of Time began when you first answered
to the names your mother and father gave you.
Soon, those names will travel with the leaves.
Then, you can trade places with the wind.
Then you’ll remember your life
as a book of candles,
each page read by the light of its own bu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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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삶에 대한 명상적인 생각을 적었다.
태어나, 자라면서 자신의 독자적인 삶을 추구하다, 이윽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 삶의 여정을 말하고 있다.
시의 제목 '다른 것이 된다는 건'(Become becoming)은 의역이다.
'Become becoming'은 영어로도 생소하며, 우리말로 직역하기 어려운 말이다.
'becoming'은 철학적 용어이다.
불변적인 '존재'(being)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변화와 더 나은 방향으로의 진화'를 함축하는 말이다.
이 시에서는 자신의 성숙한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삶의 과정을 상징하고 있다.
- 차일피일님의 블로그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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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영 리(李立揚, Li-Young Lee, 1957년 8월 19일 ~ )는 미국의 시인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중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중국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당시 인도네시아에 망명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중화민국의 초대 총통이자, 중화제국의 황제가 된 위안스카이(원세개)의 증손녀이며, 그의 아버지는 마오쩌둥의 개인 의사였다.
그의 아버지는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 대학 설립을 후원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의 반중국 분위기로 인해 1959년 그곳을 떠났다.
홍콩, 일본을 거쳐 1964년 미국에 정착하였다.
리영 리는 대학에 들어간 후에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시는 이백, 두보의 시에 영향을 받았으며,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체로 명상적인 침묵을 주제로 하는 시를 많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