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
"가랑비가 슬몃거리며 거리를 적시고 있다."
"그에게 남은 것은 가랑비만 와도 비가 새는 삼간 모옥과 나막신 한 켤레뿐이었다."
'가늘게 내리는 비'를 이른다.
'삽우(霎雨)'나 '세우(細雨)'라고도 한다.
이슬비의 다음 단계로 여겨지기도 하고, 고전 속담으로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가랑비'는 '가랑'과 '비가 합쳐져서 된 말이다.
'가랑'에 대해서 '가루(粉)로 보는 견해', '가랑이(分)로 보는 견해', '안개(霧)로 보는 견해'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세 번째 견해는 두보의 시를 우리말로 옮긴 '두시언해(杜詩諺解)'에서 '老年花似霧中看(노년화사무중간)'을 해석에 있어,
'늘근 나햇 고잔 ᄀᆞᄅᆞᄫᅵ(ᄀᆞ랏)속에 보난 닷 하다'라는 기록을 근거로 '가랑'을 안개가 확실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안개처럼 내리는 비에 대해서는 안개비, 는개(능개) 등의 표현이 있으므로, 이 자료만으로 '가랑'을 안개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가랑'의 근거를 찾기 위해서는 한자어 '삽(霎)'에서 찾아본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던 자전에서 '빗소리 삽', 가랑비 삽'으로 기록되어 있다.
즉 '가랑'이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가 된다.
쇠붙이나 물건 구르는 소리를 '가랑거리다', '가르랑거리다', '강그랑거리다'로 표현하는데,
또 목구멍에 가래가 끼어 숨 쉴 때 내는 소리도 그것이다.
이렇게 보면 '가랑비'는 '소리를 내며 내리는 비'가 된다.
우리나라 산에 겨우내 낙엽이 쌓여, 바짝 마른 나뭇잎에 내리는 초봄의 약하면서도 짧게, 맑고 경쾌하게 소리를 내는 비라는 뜻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