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이나 이 땅이 굶주려 온 땅이겠는가. 그래서 별조차 거지 별이 있지 않은가"
"고래고래 외치는 행상, 연근 토막 같은 다리를 내놓고 구걸하는 거지, 임을 인 여자, 짐을 진 남자..."
'거지'는 '남에게 구걸하여 거저 얻어먹고 사는 사람', '행색이 지저분하고 초라하여 볼품없거나 남에게 빌붙어 사는 사람 등을 욕하여 이르는 말'이다.
보통 거지들은 돈벌이를 위해 여행을 하지도 않고 일을 하지도 않는다.
太子ㅣ 것ᄫᅡᅀᅵ ᄃᆞ외야 빌머거 사니다가 마초아 믿나라해 도라오니
태자가 거지가 되어 빌어먹으며 살다가 마침내 본나라에 돌아오니
《석보상절(1447)》 권24 中
거지라는 단어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것ᄫᅡᅀᅵ'의 형태로 나타나는 순우리말이다.
이후 이 '것ᄫᅡᅀᅵ'는 '거ᇫ와ᅀᅵ'→'거ᇫ워ᅀᅵ'→'거ᅀᅥᅀᅵ'→'거어지'를 거쳐 지금의 '거지'가 되었다.
어떤 책을 보니까, '거지'는 '걷다'(收:거둘 수)의 '걷-'에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인 '-이'가 붙어서 '걷이'가 되었고, 이것이 구개음화되어 '거지'가 되었다고 써 놓았던데, 이것은 우리말의 옛날 형태를 모르는 데서 온 소치이다.
일각에서는 '거지'가 ‘걷다(乞)’'걸(乞)' + '-어치'가 줄어든 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15세기 어형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거지'는 '거ᅀᅥᅀᅵ'→'거어지'로 되어 있고, 그것은 중국어 '걸자(乞子)'의 중국어 발음을 그렇게 써 놓은 것이다.
'乞'에 접미사인 '子'가 연결된 단어이다.
'子'는 중국어의 접미사인데, 우리말에 와서는 두 가지 음으로 읽혔다.
하나는 '자'이고, 또 하나는 '지'이다.
'판자(板子)'는 '판자집'일 때에는 '판자'이지만, '널판지'일 때에는 '판지'로 읽는다.
'주전자(酒煎子), 감자(柑子), 사자(獅子), 탁자(卓子)' 등의 '子'는 '자'로 읽지만, '가지(茄子), 간장종지(鐘子), 꿀단지(罎:항아리 담子)' 등의 '子'는 '지'로 읽는다.
여근(女根)의 이름인 '巴(파)子'도 '보지'로 읽는다.
남녀 생식기의 '보지, 자지'도 결국은 한자어이다.
발음이 서울 사투리로 변형된 '그지'라는 표현도 많이 쓰이고, 타 지역 사투리로는 '걸버시'도 있는데, 앞서 밝힌 어원에 따르면 이 형태가 더 고형이다.